金聖嘆의 人生 33樂

鄭宇東 0 1,523 2011.09.29 14:23
金聖嘆의 人生 33樂


거리를 걷고 있자니, 두명의 불량배가 무언가 심하게 다투고 있다.
얼굴은 벌겋게 피가 끓고, 눈에는 분노가 번뜩여서 마치 불구 대천의 원수와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서로간에 예의만은 갖추고, 팔을 쳐든다거나 허리를
굽히며 절까지 하면서, '댁에서는' 이라든가 '댁을',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는 않되겠지요' 라는 둥 매우 점잖고 거창한 말을 쓰고 있다. 그 시비는 그칠
줄을 모른다. 그곳으로 갑자기 하늘을 찌를 듯한 건장한 사나이가 팔을 휘두
르며 다가와서는 커다란 소리로 '집어치워!' 하고 외쳐서 (그 판에)끝을 낸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랴.

街行見兩措大執爭一理,皆目裂頸赤,如不戴天,而又高拱手,低曲腰,
滿口仍用者也之乎等字。其語刺刺,勢將連年不休。忽有壯夫掉臂行來,
振威從中一喝而解。不變快哉!

위 인용문은 김성탄이라는 학자가 원대의 희곡 서상기를 비평하면서
인생에 있어서 33가지의 호쾌한 일로 열거한 것중의 한가지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노라니
내가 젊은 지난날 길거리에서 여인을 희롱하고 있는 깡패를 보고 이를 제지
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나의 무력함과 비겁을 부끄러워한 적이 한 두번
이 아니었습니다. 우람한 체구와 허우대로 상대방을 제압하지 못할망정
인상여와 같은 담대함으로 호령하여 곤란을 해결하는 기백을 보여줄 수 없는
비애를 맛보는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것입니다.

전국시대 조나라의 정승 인상여(藺相如)는
팔은 닭의 목을 비틀 힘마져 없을 정도로 나약한데다, 다리는 나막신이 무거
울 정도로 허약하였습니다. 그러나 담력 하나만은 천하의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대담한 인물이었습니다.
그 당시의 패권국 진나라 왕의 초청을 받아 조나라 왕이 진나라에 갔을때
왕을 수행하였습니다. 진왕이 조왕을 모욕할 목적으로 자기를 위하여 비파를
연주해 주기를 강요하고 연주가 끝난후 이를 사서에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인상여는 눈을 부릅뜨고 이번에는 진왕이 조왕을 위하여 그 답례로 질동이를
연주해 주기를 청하고 이를 또한 사서에 기록하게 하였습니다. 적국에서 목숨
을 걸고 감행한 장쾌한 사실입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로, 한편 조나라의 장수 염파(廉頗)는
허약한 체질로 지모와 술수로 승승장구하는 정승 인상여가 못마땅하여 모욕
을 주려고 벼루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인정승이 그와 부딫히기를 자꾸 피하
니, 하인들이 비난하자 그는 염장군과 그가 다투면 적국이 좋아하고 나라가
위태로울 것이 뻔하므로 그가 무서워 피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위하여 그
렇게 한다는 소문을 염장군이 듣고 감동하여 인정승에게 용서를 빌고 그 후
로 두 사람은 서로 목(숨)을 바치는 문경지교(刎頸之交)를 맺었습니다.


              김성탄의  好快 33事
              金聖嘆 不亦快哉三十三則

金聖嘆은 본명이 張采이며 金가로 개성하고 그의 호 聖嘆은
그가 공자의 고향에서 났을 때 성인이 안타까워 탄식을 하였다는 전설에서
연유하였습니다. 그는 17세기에 청나라에 살았던 위대한 문예비평가로서
<서상기>"西廂記" 라는 희곡을 논평한 가운데서 33절에 이르는 유쾌한 한때
라는 것을 차례차례 예를 들고 있습니다. 이 글들은 어느 때, 그가 한 친구와
비에 길이 막혀서 열흘 동안 절에 갇혀 있었을 때 둘이서 꼽아본 것입니다.
위 33절은 인간의 정신이 관능과 빈틈없이 결부되어서 인생의 참다운 유쾌함
을 맛볼 수 있는 한때라고 그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1. 때는 7월의 어느 무더운 날, 태양은 중천에 떠 있고, 산들바람은 잠들었으며
    구름은 한 점도 보이지 않는다. 앞뜰이나 뒤뜰도 마치 난로 속과 같다.
    날던 새도 그림자를 감췄고,온몸에서 땀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점심 식사를 하려 했으나 무더위 탓에 젓가락은 들 마음조차 내키지 않는다.
    그래서 돗자리를 가져다 마당에 깔고 그 위에 벌렁 드러눕는다.
    그렇지만 돗자리는 녹녹하고 파리들은 얼굴에 날아와 앉아, 쫓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쯤 되고 보면 나는 도저히 속수 무책이다.
    그 때 갑자기 천둥이 우르릉 꽝꽝 울리고 먹장같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전쟁터로 향하는 대군처럼 당당하게 밀어닥친다.
    이윽고 처마에서 빗물이 우르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땀이 들고 땅으로부터 후덥지근하던 열기도 사라지고,
    파리들은 어디론가 날아가 숨어버렸고 이제야 비로소 밥을 먹을 수 있게 된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냐.
    夏七月,赫日停天,亦無風,亦無云;前後庭赫然如洪爐,無一鳥敢來飛。
    汗出遍身, 縱橫成渠。置飯于前,不可得吃。呼簟欲臥地上,則地濕如膏,
    蒼蠅又來緣頸附鼻,驅之不去,正莫可如何,忽然大黑車軸,疾澍澎湃之聲,
    如數百萬金鼓, 檐溜浩于瀑布,身汗頓收,地燥如掃,蒼蠅盡去,飯便得吃。
    不亦快哉!

2. 10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가 갑자기 해질녘에 찾아온다.
    문을 열고 그를 맞이해서,배를 타고 왔느냐 육로로 왔느냐 묻지 않고,
    침대에 눕겠는냐 소파에 앉아서 쉬겠느냐도 묻지않고,
    우선 거실로 가서 조심스럽게 마누라에게 이렇게 말한다.
    ”소동파의 마누라처럼 술을 잔뜩 사다 주지 않을려우?”
    그러면 아내는 선뜻 금비녀를 뽑아,”이것을 팝시다.”하고 말한다.
    우선 사흘 동안은 넉넉히 마실 수 있다는 계산이 앞선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十年別友,抵暮忽至。開門一揖畢,不及問其船來陸來,並不及命其坐床坐榻,
    便自疾趨入內,卑辭叩內子:“君豈有斗酒如東坡婦乎?” 內子欣然拔金簪相付。
    計之可作三日供也,不亦快哉!

3. 아무도 없는 방에 나는 넋을 놓고 앉아 있다.
    그러면 베개맡에 쥐란 놈이 나타나서 제법 성가시게 군다.
    도대체 무엇을 갉고있는지 달그락닥그락 요란스럽다.
    내 책 중의 어느 것을 쏠고 있는 걸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궁리하지도 못한 채 있으려니,
    대뜸 무서운 얼굴 표정으로 고양이가 뭔가를 노리는 듯
    꼬리를 흔들며 눈을 크게 뜨고 다가온다.     
    나는 옴쭉달싹 안 하고 숨을 죽인 채 잠시 동안 기다린다.
    그러면 쥐는 바삭소리를 내며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랴.
    空齋獨坐,正思夜來床頭鼠耗可惱,不知其戞戞者是損我何器,嗤嗤者是裂我何書。
    心中回惑,其理莫錯,忽見一狻貓,注目搖尾,以有所睹。斂聲屛息,少復待之,
    則疾趨如風。

4. 서재 앞의 해당화와 박태기나무를 뽑고,
    그자리에 열 포기 스무 포기의 푸릇푸릇한 파초를 심는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于書齋前,拔去垂絲海堂紫荊等樹,多種芭蕉一二十本。不亦快哉!

5. 봄날 밤에 정다운 친구들과 잔을 주거니받거니 나누어 어지간히 취한다.
    잔을 놓기는 싫지만 더 이상 마시는것도 괴롭다.
    그러자 기분을 알아챈 동자가, 열 두서너 개의 큰 폭죽을 담은 바구니를 서
    둘러 갖고 온다. 나는 탁자에서 일어나 뜨락으로 나가 폭죽을 터뜨린다.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고, 머리를 자극해서 온 육신이 무척이나 기분좋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春夜與諸豪士快飮,至半醉,住本難住,進則難進。旁一解意童子,
    忽送大紙炮可十余枚,便自起身出席,取火放之。硫磺之香,自鼻入腦,
    通身怡然,不亦快哉!

6. 거리를 걷고 있자니, 두명의 불량배가 무언가 심하게 다투고 있다.
    얼굴은 벌겋게 피가끓고, 눈에는 분노가 번뜩여서 마치 불구 대천의 원수와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서로간에 예의만은 갖추고, 팔을 쳐든다거나 허리를 굽히며 절까지
    하면서, '댁에서는' 이라든가 '댁을',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는 않되겠지요'
    라는 둥 매우 점잖고 거창한 말을 쓰고 있다. 그 시비는 그칠 줄을 모른다.
    그곳으로 갑자기 하늘을 찌를 듯한 건장한 사나이가 팔을 휘두르며 다가와
    서는 커다란 소리로 ’집어치워!’하고 외친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랴.
    街行見兩措大執爭一理,皆目裂頸赤,如不戴天,而又高拱手,低曲腰,
    滿口仍用者也之乎等字。其語刺刺,勢將連年不休。忽有壯夫掉臂行來,
    振威從中一喝而解。不變快哉!

7. 넘치는 물이 출렁이듯 제 자식들이 옛글을 줄줄 외고 있다. 그것을 차분히
    들어본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랴.
    子弟背誦書爛熟,如甁中瀉水。不亦快哉!

8. 식사를 마치고 심심파적으로 근처에 있는 가게를 찾아가, 사소한 물건을
    사려고 한다. 잠시 동안 흥정을 하면서 좀더 값을 깎으려 한다. 좀더 깎
    으려고 흥정을 계속하지만, 점원 아이는 좀처럼 깎아 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물건을 소맷자락에서 꺼내어 점원
    아이에게 내준다. 그러자 점원 아이는 대뜸 미소를 지으면서, 공손하게 
    인사하며 말한다. “오, 어른께서는 정말 성품이 훌륭하신 분이군요.”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飯後無事,入市閒行,見有小物,戲復買之,買亦已成矣,所差者至甚少,
    而市兒苦爭,必不相饒。便掏袖下一件,其輕重與前値相上下者,擲而與之。
    市兒忽改笑容,拱手連稱不敢。不亦快哉!

9. 식사 후의 무료한 때에, 헌가방을 열고 그 안을 이리저리 뒤적인다.
    그러면 우리집에서 돈을 꾸어간 사람들의 수십,수백 장의 차용 증서가 나타난다.
    꾸어간 사람 중에는 고인이 된 이도 있고, 또한 살아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여하튼 빚을 갚아 줄 가망은 없다.
    나는 슬그머니 그것을 다발로 묶어 불을 지피고는 하늘을 쳐다보며
    연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飯後無事,翻倒敝篋,則見新舊逋欠文契不下數十百通,其人或存或亡,
    總之無還之理。背人取火拉雜燒淨,仰看高天,蕭然無云。不亦快哉!

10. 어느 여름날, 모자도 없이 맨발로 문 밖으로 나가서, 젊은이들이 물레방아
      발판을 밟으며 쑤저우의 민요를 부르는 것을 양산을 쓴 채 듣고 있다.
      논의 물은 녹은 백은이나, 녹은 흰눈처럼 거품을 일으키며 흘러흘러
      물레방아에 의해 퍼올려진다.   
      아아, 이것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夏月科頭亦足,自持涼傘遮日,看壯夫唱吳歌,踏桔槹,水一時涌而上,
      譬如翻銀滾雪。不亦快哉!

11. 아침에 눈을 뜨자 간밤에 어디서 누가 죽었다고 집안 사람들이 수군수군
      이야기하는 눈치다. 나는 대뜸 누가 죽었느냐고 집안 사람에게 묻는다.
      그래서 죽은 사람이 마을에서 가장 구두쇠로 소문난 영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朝眠初覺,似聞家人嘆息之聲,言某人夜來已死,急呼而訊之,正是一城中
      第一絶有心計人。不亦快哉!

12. 여름날 아침에, 이찍 잠을 깨니 소나무 시렁 밑에서
      커다란 대나무를 물통으로 쓰려고  켜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夏月早起,看人于松棚下,鋸大竹作筒用。不亦快哉!

13. 한달 내내 장마로 지새면서 주정뱅이나 병자처럼 늘 잠만 자자니 이젠 일어
      나기조차 귀찮다.
      그러자 창밖에서 비가 그친 것을 알려 주는 새소리가 들려 온다.
      나는 서둘러 침실의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밀어서 연다.
      그러면 햇빛이 쨍쨍 비치고 나무들은 금새 목욕을  마친 듯 신선하다.
      아아, 이것 또한 즐겁지 아니하랴.
      重陰圍月,如醉如病。朝眠不起,忽聞眾鳥畢作弄晴之聲,急引手褰帷,
      推窗視之,日光晶熒,林木如洗。不亦快哉!

14. 한밤에 누군가 먼 곳에서 나에 관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음날 나는 그 사람을 찾아 나선다. 그 집에 들어가 거실을 보니
      본인은 남쪽을 향해 책상에 앉아 무슨 기록인가를 읽고 있다.
      내 모습을 발견하자 대뜸 인사를 하고는 내 소맷자락을 당겨 그 자리에
      앉게 하고,“때마침 잘 왔네, 자아 이것을 읽어 보게나,”하고 권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웃음을 나누며 담벼락 끝으로 석양이 사라질 때까지
      즐겁게 담화를 나눈다.
      이윽고 친구는 시장기를 느꼈는지 내게 조용히 말한다.
    “자네도 시장할 테지.”
      아아, 이것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夜來似聞某人素心,明日試往看之。入其門,窺直閨,見所謂某人,
      方鋸案面南看一文書,顧客入來,默然一揖,便拉袖命坐曰:“君旣來,
      可亦試看此書。”相與歡笑。日影盡去,旣已自飢,徐問客曰:“君也飢耶?”
      不亦快哉!
 
15. 제집을 짓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한 일도 없는데, 뜻밖에 얼마간의 돈이 생
      겼기에, 집을 짓게끔 되었다. 그 뒤로부터는 온종일을 재목을 사러 다닌다.
      나는 그런 것들을 파는 거리를 찾아서 쏘다닌다. 그게 다 집을 짓기 위한
      것이니 그리하지만, 그렇다고 그 동안에 새로 지은 집에 사는 것도 아니다.
      마침내 그런 일을 포기해 버리고 싶어진다. 이윽고 그러던 어느 날 겨우
      집이 완성된다. 벽에는 마지막 덧칠을 하고 마루는 산뜻하게 닦여지고,
      문짝에는 종이를 바르고, 벽에는 서화를 건다. 일꾼들은 모두 물러가고 친구
      들이 찾아와서, 잘 정돈되어 여기저기 놓인 의자에 걸터 앉는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이 아니겠는가.
      本不欲造屋。偶得閒錢,試造一屋,自此日爲始,需木,需石,需瓦,需磚,
      需灰,需釘,無晨無夕,不來聒于兩耳。乃至羅雀掘鼠,無非爲屋校計,
      而又都不得屋住。旣已安之如命矣。忽見一日屋竟落成,刷牆掃地;糊窗掛面。
      一切匠作出門畢去,同人乃來分榻列坐。不亦快哉!

16. 겨울밤에 술을 마시고 있는 동안에 문득 방 안이 매우 추워진 것을 느끼게
      된다. 창을 열고 내다보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면서 땅 위에는 이미 10센
      티 이상이나 쌓이고 있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닌가.
      冬夜飮酒,轉復寒甚,推窗試看,雪大如手,已積三四寸矣。不亦快哉!

17. 여름 날 오후, 새빨간 큰 소반에 새파란 수박을 올려 놓고 잘 드는 칼로 자른다.
      아아,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夏日于朱紅盤中,自拔快刀,切綠沉西瓜。不亦快哉!

18. 나는 오래 전부터 승려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
    그러나 육식을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망설이고 있던 차에 승려가 된 다음에 
    도 마음껏 육식을 해도 무방함을 허락받았다 치자.
    과연 그렇게 된다면 양동이에다 물을 가득히 끓인 다음 잘 드는 면도칼로 삭발
    을 한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久欲爲比丘,若不得公然吃肉。若許爲比丘,又得公然吃肉。
    則夏月以熱湯快刀,淨割頭發。不亦快哉!

19. 몸의 이상스런 곳에 약간의 습진이 생겼기 때문에, 문을 꽉 닫아 걸고,
      이따금씩 뜨거운 김을 쐬 주거나 한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存得三四癩瘡于私處,時呼熱湯關門澡之。不亦快哉!

20. 가방 속에서 우연히 옛 친구들의 자필 편지를 발견한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篋中無意忽檢得故人手蹟。不亦快哉!

21. 어떤 가난한 선비가 돈을 꾸러 온다.
    그러나 얘기를 터놓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면서 화제를 딴 곳으로 돌리려고
    한다. 얼마나 괴로우랴 싶어 단둘이 만 있을 곳으로 데리고가, 얼마가 필요
    하냐고 물어본다.
    그러고 나서 방으로 돌아와 돈을 건네 주고, 그 다음에 다시 이렇게 묻는다.
    “자네는 지금 당장 가서 문제를 처리해야만 하겠나?”
    "자 좀 더 있으면서 한 잔 나누고 가는게 어떻겠나?"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寒士來借銀,謂不可啓齒,于是唯唯,亦說他事, 我窺見其苦意,
    拉向無人處,問所需多少,急趨入內,如數給與,
    然而問其必當速歸料理是事耶?或尙得少留共飮酒耶?不亦快哉!

22. 여기는 쪽배안이다. 시원한 바람이 상쾌하게 불어 오지만, 배에는 돛이 없다.
      그러자 대뜸 돛배가 나타나서 바람처럼 빠르게 다가온다.
      나는 그 배에 접근하여 갈고리 쇠를 걸려고 한다. 요행히 제대로 걸렸다.
      그래서 상대방 배에다 밧줄을 던져 그 배가 끌어 주도록 부탁한다.
      그러고는 두보의 시를 읊기 시작한다.
      “푸른빛은 뾰죽뾰죽한 산봉우리를 애처럽게 여기게 하고(靑惜峯巒)
      누른빛은 귤과 유자가 달려 있음을 알려주네(黃知橘柚).” 하면서 호탕하게
      웃기시작한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坐小船,遇利風,苦不得張帆,一快其心。
      忽遇舸疾行如風,試伸挽之,聊復挽之,不意挽之便著。
      因取纜,纜向其尾,口中高吟老杜“靑惜峰巒過,黃知桔柚來”之句,
      極大笑樂。不亦快哉!

23. 한 친구와 함께 살 집을 찾아나섰으나 적당한 집을 찾을 길 없다.
    그러던 차에 누가 찾아와서 알맞은 집이 있다고 한다.
    그다지 크지도 않고, 방이 열 두어 개가 있으며,
    강변에 있는 데다 아름다운 나무로 둘려싸여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사람에게 저녁 식사를 권하고 식사가 끝난 다음에,
    어떤 집인가를 궁금히 여기지도 않고, 살펴보기 위해 따라 나선다.
    문 안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공터가 있고,곡물 곡간이 예닐곱 개나 된다.
    그곳에 서서 나는 내심으로 말했다.
    이제는 야채며 호박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나.’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久欲覓別居與友人共住,而苦無善地。
    忽一人傳來云有屋不多,可十余間,而門臨大河,嘉樹蔥然。
    便與此人共吃飯畢,試走看之,都未知屋如何。
    入門先見空地一片,大可六七畝許,異日瓜菜不足復慮。不亦快哉!

24. 나그네가 긴 여행길에서 돌아온다.
    정들었던 성문이 보이고 강의 양쪽 기슭에서 여자들이며 아이들이 제 나라말
    을 지껄이고 있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久客得歸,望見家門,兩岸童婦,皆作故鄕之聲。不亦快哉!

25. 옛날의 자기 그릇이 깨진다면 도저히 본래처럼 다시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깨어진 그릇을 이리저리 젖혀 보며 살피노라면 사뭇 화가 나는
      법이다. 이런때에는 그 그릇을 요리사한테 넘겨 주고, 다른 헌 그릇과 함께
      쓰도록 일러준다. 그러나 일단 깨어진 그 그릇을 다시금 내 눈에 띄지않게
      하라고 명한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佳磁旣損,必無完理。反復多看,徒亂人意。
      因宣付廚人作雜器充用,永不更令到眼。不亦快哉!

26. 나는 성인 군자가 아니기 때문에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가 없다.
    밤에 무언가 잘못을 저지르면, 아침에 일어난 후에 그 때문에 몹시 우울해한다.
    그때 문득 생각나는 것은, 잘못했음을 숨기지 아니함은 참회와 같도다’라고 하
    는 불교의 가르침이다. 그래서 나는 모르는 사람이거나 옛 친구이거나 주변의
    사람들 모두에게 스스로의 잘못을 말해 준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身非聖人,安能無過,夜來不覺私作一事,早起怦怦,實不自安。
    忽然想到佛家有布薩之法,不自覆藏,便成懺悔。因明對生熟眾客,
    快然自陳其失。不亦快哉!
 
27. 아래 위로 30센티쯤 되는 커다란 글씨를 누가 쓰고 있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看人作擘窠大書,不亦快哉!

28.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방 안에서 꿀벌을 몰아낸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推紙窗放蜂出去,不亦快哉!

29. 현관(縣官)에게 북을 치게 해서 퇴당(退堂) 때를 알려 주게 한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做縣官,每日打鼓退堂時,不亦快哉!(呵呵~的確很爽)

30. 누군가가 날리던 연실이 끊어진다. 그것을 지켜본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看人風箏斷,不亦快哉!(幸栽樂禍?)

31. 초원에서 들불이 일어 타오르고 있다. 그것을 바라본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看野燒,不亦快哉!(看熱鬧心理)

32. 빚진 돈을 모두 갚는다.
      아아,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還債畢,不亦快哉!

33. "규염객전"을 읽는다.
    아아, 이것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讀《虯髥客傳》,不亦快哉!

   
우리 일반사람들은 무엇을 얻고 성취하는데서 즐거움을 찾지만
김성탄 이 사람은 남에게 주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고 있는 것이 특이합니다.
하기사 우리선인들도 이에 못지 않게 날마다 공덕쌓기를 일과로 삼는
108積德의 美風良俗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래된 다리는 고쳐주고, 없는 다리는 개울에 새로 놓아주고,
없는 길은 새로 닦아주고, 오래된 길은 보수하여 주고
빈자를 구휼하고, 환자를 치료해 주는 등하여 덕쌓기를 일상화 하였습니다.

나에게는
김성탄처럼 부랑배를 대갈일성 퇴치하는 기개도 없고
인상여 정승처럼 거침없이 진왕을 호령할 용기도 없지만
현대의 총아 모딜리아니의 기행이 유쾌한 감정을 일으키게 합니다.
이탈리아의 화가로 목이 긴 여자를 그린 모딜리아니가
낮부터 술에 취하여 파리의 대로에 드러누워 차들의 통행을 중단시키고
고래 고래 고함을 질러대면서 도시의 기능을 잠시동안 마비시키는
모딜리아니를 보고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하면서 그들의 영웅인양 떠
받들며, 나도, 대리만족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