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을 덮고 잠들다

19. 달빛을 덮고 잠들다
이희국 시 / 정혜욱 곡 / Ten. 왕승원 / P.f 엄은경

맛줄 하나 붙잡고 잠이 든 저 목선
며칠 전 들이닥친 풍랑이 먼 바다로 빠져나간 후
모처럼 깊은 잠에 빠져있다
새들의 울음마저 끌어올리던 어부의 억센 팔뚝도
어디선가 닻을 내리고 물속을 휘젓던
포식자와 쫓기던 작은 물고기 떼도
지금은 어느 해초 사이에 숨어 잠들었을 것이다
바다의 젖을 먹고 자란 파도마저 지금은 휴식이다
등을 쓸어주듯 잔잔하게 일렁이는 달빛
이 고요를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
이 깊은 잠은 풍랑이 놓고 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