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비가 되오리 그대는 꽃이 되오시라
내가 벼랑을 날아 그대에 다가가오리
알 수 없는 그대 비밀 엿들으러 내 속마음
삐끔 내어 보이고
여시인 여시과 이렇게 읊조리면
그대 닫힌 입술 조금만 벙글어 주오시라
첫 새벽 바다와 하늘 빙긋 열리듯이 그렇게
벙글어 주오시라
한 즈믄해 지난 다음에야
그대가 나비되오시라
나는 꽃이 되오리
여시인(如여是시因인), 여시과(如여是시果과)는 불교 용어인 것 같습니다.
한문에서 是는 바르다는 뜻도 있지만, 영어의 불완전 자동사 be와 유사한 '-이다'라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예를 들면, 我是人(아시인)은 '나는 사람이다'는 뜻입니다.
如는 '같다'는 뜻이므로 如是는 이와 같다로 해석하면 무난할 듯 싶습니다.
저는 기독교인이라서 불교에 대해 잘 모릅니다.
아무튼, 이 용어를 저의 짧은 한문 지식으로 직역하면,
'이와 같은 인', '이와 같은 과'로 해석이 되는데,
따라서 여시인은 '이러한 원인', 여시과는 '이러한 인연의 결과'란 뜻으로 대충 풀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좀더 자세히 아시려면, 학문이 깊으신 스님께 여쭈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곡의 작시자 최명길 시인은 작년에 향년 75세로 작고하셨는데, 생전에 저와 각별한 친분이 있으셨습니다.
고매한 인품에 불교적 사상이 아주 깊으셨던 분이셨습니다.
저보다 17년 연상이셨지만, 나이와 종교를 초월해서 각별한 사이로 지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