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을 줄 알게 하소서
가짐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잃음인 것을
이 가을 뚝뚝 지는 낙과의 지혜로
은혜로이 베푸소서 떠날 줄 알게 하소서
머무름보다 더 빛나는 것은 떠남인 것을
이 가을 뚝뚝 지는 낙과의 지혜로
은혜로이 베푸소서 떠날 줄 알게 하소서
이 저문 들녁에 철새들이 남겨둔 보금자리가
약속의 훈장이 되게하소서
떠남의 미학을 담은 시인의 시혼-
시인이 KBS파리 특파원으로 있던 1989년 6월에 작곡가
박경규를 만나 만들어진 음악이다. 원제 - 가을의 노래
드디어 찾았습니다.
이 곡을 찾기위해 얼마나 애태우며.. 처음부터 훑어왔는데..
오늘 드디어 찾았어요.
한동안~ 선택곡이 끝나면 자동으로 흘러나와
가슴에 진한 감동을 일으키던 곡이었는데..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순간이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러워요.
가사의 앞머리가 ' 이룰줄 알게 하소서' 로 들려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나봐요.
* 잃을 줄 알게 하소서
* 가짐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 잃음인 것을~
나약한 인간이기에..
가진 것에 대한 소유욕과 집착에 얼마나 많이 괴로워하면서도..
움켜만 쥐고 잃지못하는 우리의 삶에
* 떠남의 아름다움* 을 일깨워주신 유자효 시인과 박경규 작곡자님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호소력 넘치는 테너 임웅균교수님의 목소리와
소프라노 강미자님의 하모니가 귓가에서 맴돕니다.
이 순간만큼이라도..
마음의 모든 욕심을 미련없이 덜어내고 싶습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다시 떠오르게 하는 곡..
오랫만에 15년전 시골 학교에서 모셨던 교장선생님께 전화를 했더니 교장 선생님께서 한달전에 뇌경색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항상 출장을 가실 땐
" 얘들아. 아버지 출장간다. 갔다 오면서 뭐 사가지고 오꼬?"
" 교장 선생님. 이제 돈 그만 쓰세요. 이젠 안 사주셔도 돼요." 하면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으셨던 교장 선생님.
생년월일을 보고 생일까지 다 챙겨 주시던 교장 선생님이셨는데.
생일이 워낙 빠른 관계로 내 생일은 그냥 지나쳤다가 내가 부리는 투정에 미안 미안을 연발하시며 내년 생일엔 두배를 챙겨주마 하시던 교장 선생님.
"오늘은 여교사 모두 모여라.내가 쏜다."
"오늘은 남교사 모두 모여라. 내가 쏜다."
"오늘은 1학년 모여라."
"내일은 2학년 모여라."
"내일은 3학년 모여라."하시며 건수 만들기를 좋아하시던 교장 선생님.
젊은 우리들보다 더 세련된 패션 감각과
돈 쓰는 재미로 사시던 교장 선생님.
한 수 더 떠서 대구광역시 부녀자 상담소 소장이셨던 사모님은 교장 선생님 잘 모셔줘서 고맙다고 항상 맛있는 음식과 선물을 주시던 사모님.
목소리도 한번 듣지 못하고 떠나 보내서 너무 마음이 아파 옵니다.
가족들도 지금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을 하시고 나 또한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가족들의 마음이 안정되고 나면 이 음악을 가족들에게 들려줘야겠습니다.
사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이 곡을 듣고 감동합니다.
귀한 잃음, 귀한 떠남,정말 소중한 것을 바로 알고저 합니다.
탐스런 과일만 찬미하고 낙과의 지혜를 깨닫지 못한
우둔한 마음을 깨우치고저 합니다.
이렇게 감동잇는 시를 쓰신 분과 철학이 깃든 곡을
만드신 박 경규선생님과 두분 성악가님의 훌륭한 연주,
그리고 교향악단의 반주가 모두 눈물이 나게 가슴에 와 닿는 가을날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일부러 잃고 일부러 떠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나 소유의 상실과 이별의 아픔으로 절망하는 우리들에게 가을날 떨어지는 낙과가 새로운 생명의 약속이듯이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는 예정된 과정이란 사실을 잘 가르쳐 준다고 생각되는군요. 너무나 심우한 뜻과 영혼의 절규를 듣는 듯 합니다
가곡중에 가곡이라기보다는 거의 성스러운 성곡에 가까운 아름다운 곡조
이 봄에 애절하고 깊은 가을 분위기에 빠져들수있는 곡, 듣고 있으면
원인 모를 눈물을 흠치며 마음이 맑아지는 곡, 무슨 칭찬을 마다하리요.
박경규님의 심오한 악상 그리고 두분의 듀오 정말 감동적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