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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창은 왜 끝을 생략할까요?

鄭宇東 1 2012
?시조창은 왜 끝을 생략할까요? 

우리음악에의 작은 관심이 어쩌다가 시조창을 듣는 중에
남구만의 <동창이 밝았느냐>와 정몽주의 <단심가>에서 종장의 끝자락의
서너자가 노래되지 않고 버려짐을 이상하게 여겨 오다, 이 후로도 여러 차례
같은 의문에 부닥치게 되어 내가 인터넷과 이런 저런 사람에게 알아본 내용
을 실어 함께 토론하며 그 정확한 답을 알아내고 싶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글에서 "시조의 형식은 초장, 중장, 종장의 3장으로 나누
어지는데 종장의 끝음절인 '하노라' '하느니' 등은 생략하여 부르지 않고, 장단
은 삼점오박 장단과 오점팔박 장단이 교차되어 연주된다." 한 대목에서 확인
되었다시피, 나의 질문은 정당하지만 그 생략에 대한 이유와 설명은 이런데나
저런 사람에게서 듣지 못하고 막연히 전통적 관행으로 생략하여 왔으며 그것
에는 아마도 어떤 美學的 이유ㅡ절제생략의 미, 상상의 미 또는 여백의 미ㅡ
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답변을 들을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음악은 정악과 민속악으로 분류되는데
정악은 궁중음악과 제례악인 아악과 (가곡, 가사, 시조등) 풍류악으로
나뉘며 이 음악은 궁중이나 지식 계급층에서 주로 연주되는 음악이며
민속악은 농악, 시나위, 무악, 산조, 민요, 잡가, 판소리 등으로 평민이나
천민사회에서 불려졌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음악으로서의 향악이란 말은 최치원의 향악잡영오수
에서 기원된 이후 향가, 향비파라는 용어처럼 외래 것에 대한 한국 것
또는 우리 것의 뜻이 향악이란 용어 속에 뚜렷이 함축되어 있어 우리나라
의 전통적인 음악문화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왔으며
반면에 중국의 당송(唐宋)으로부터 이입된 외래음악으로서의 唐樂은
주로 궁중의 제례와 의식에 관련된 음악인 아악(雅樂)을 가리켰습니다.

이중의 시조창은 3행 형식의 시조시로서 전통 성악곡의 하나로
우리 조상들의 양반 사회에 널리 퍼졌던 곡으로 시절단가, 시절가, 시조
창으로 불려져 왔습니다. 이 시조창의 발원은 고려시대 말부터 시작되었
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최고 문헌은 석북 신광수(1712~1775년)의 "석북집" '관서악부'로 조선조
영조때의 가객 이세춘이 시조에 장단을 붙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최초의 악보는 서유구(1764~1845년)의 "임원 경제지" "유예지"와 이규경
(1788~?)의 " 철 자보"가 있습니다. 이를 보면 시조창은 조선시대 후기에
비로소 시작되었으며 현재의 평시조처럼 황종, 중려, 임종의 3음부로 이루
어졌음을 알 수 있고, 이러한 경로로 시조가 음악으로 널리 퍼졌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시조의 형식은 초장, 중장, 종장의 3장으로 나누어지는데 종장의 끝음절인
'하노라' '하느니' 등은 생략하여 부르지 않고, 장단은 삼점오박 장단과 오점
팔박 장단이 교차되어 연주됩니다.
시조창은 시조시의 아름다움을 창법에 따라 마음껏 표현할 수가 있어서
옛 선비들이 즐겨 부르던 대중음악이라 할 수 있으며,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귀중한 문화재입니다. 

追而 
근래에 반주를 동반한 정가(正歌)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보통 시조창이 3장으로 나누어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가는 시조 3장을 세밀히 5장으로 나누고 늘려서 부른다고 하는데
연주에 얼마나 오래 걸리고 느려질지 지레 질립니다.
서양음악은 심장박동이나 맥박에 맞추는 음악이고 
우리의 국악은 호흡간을 기준으로 하기에 길어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1 Comments
임수철 2016.01.15 19:49  
정우동 선생님의, 국악과 관련된 전문적인 글을 대하니 무척 반갑습니다.
몇 번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저는 국악 전공자가 아니라 양악 전공자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으로서 영어 전공자라고 국어를 모르면 안 되듯이 음악도 그러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외국인한테서 한국음악은 어떤 음악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서양음악전공이라서 한국음악에 대해 모른다고 하면, 외국인이 이해를 못하겠지요.

서론이 조금 길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흔히 正歌의 대명사라고 하는 가곡(일명, 만년장환지곡)은
노랫말은 시조시를 사용하지만, 노래의 형식은 3장이 아닌 5장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가곡으로 부를 때는 시조시의 초장과 종장을 각각 둘로 나누기 때문에
중장까지 합치면 모두 5장 형식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가 양반들 취향의 노래이다보니 너무나 템포가 느려서
결국은 세 가지 형태의 가곡 중 그나마 상대적으로 가장 빠른 삭대엽(數大葉)만 지금 전해지고 있습니다.
(數大葉을 '수대엽'이라고도 읽는데, 여기서 數는 숫자의 의미가 아니라
'빠르다'는 의미이므로 '삭'이라고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大葉은 '큰 잎'이 아니라, '노래'라는 의미로 해석하시면 무난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빠른 노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삭대엽도 워낙 느린 데다가,
음악적인 고난도의 기술도 필요한, 전문 가객들이나
부를 수가 있는 노래여서 조금 쉬운 형태의 노래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탄생된 게 바로 시조(창)입니다.
그러니까 시조는 가곡이 단순화된 노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가곡은 전문가의 노래'이고,  '시조(창)은 아마추어 노래'인 셈입니다.

그러나 같은 혈통의 노래이므로 노랫말은 똑 같이 시조시(時調詩)를 사용합니다.
예컨대, 선생님께서 언급하셨던 남구만의 '동창이 밝았느냐-'의 경우,
가곡으로도 부를 수 있고 시조(창)으로도 부를 수 있는데,
이때, 시조(창)으로 부를 경우에는 종장 끝부분의 종결 어미(語尾)에 해당하는
 '-하느니'를 생략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말의 언어적 특징 때문입니다.
우리 말에서는 종결 어미가 의미상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닙니다.
인체로 보자면, 마치 맹장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말의 강세를 잘 살펴보면, 강세가 거의 첫 어절에 옵니다.
끝에 오는 종결 어미는 아주 약하고 낮게 발음합니다.(요즘 젊은 세대들은 마치 외국어식으로 강세를 붙이지만)

음악학자들 연구에 의하면, 노래는 원래 언어에서 파생이 된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래는 언어의 구조와 아주 유사합니다.
우리 전통 노래들이 그래서 거의 예외없이 첫박은 강하고,
종결형 어미가 있는 끝박은 낮고 약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국악 장단이 거의 이런 구조입니다.
장구 장단으로 설명 드리자면,
국악의 거의 모든 장구 장단이 합장단으로 시작됩니다.
합(合)장단은 장구의 북편과 채편을 동시에 치는 장단으로, 강(强)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시조(창)에서는 아예 종결 어미를 생략해버리는데,
시조(창)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가곡에서는 생략을 하지 않습니다만,
그 대신, 하행(下行) 종지와 여린 박 종지를 합니다.
쉽게 말해서, 생략은 안 하지만 들릴까 말까 아주 약하게 슬그머니 끝나는 것으로 처리를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시조시가 종장 끝에 오는 종결 어미는 생략을 해도 전체 문맥상 의미 전달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다음이 동창이 밝았느냐- 종장 부분인데, (하느니)를 생략해도 의미 전달상 큰 문제는 없습니다.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하느니)

다음은 도화이화행화-라는 시조시 종장 부분인데,
역시, 종결 어미 (허노라)를 생략해도 의미 전달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는 백세(百歲)뿐이니 그를 설워(허노라)

복잡한 구조의 가곡이 시조(창)으로 단순화되고 압축되면서 
종장의 종결 어미를 아예 잘라버린 것인데, 이것을 '생략의 미', '절제의 미'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노래의 끝음을 높고, 크게 지르면서 마무리하는 것은 서양 노래의 경우입니다.
특히, 이태리 가곡이 그렇습니다.
요즘 한국가곡도 우리말 특징에 전혀 맞지 않게 이태리 가곡처럼 끝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말에 대한 기본을 모르는 것이지요.

기악곡도 결국은 성악곡에서 파생된 것이므로 언어의 구조와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서양음악은 종결부에 해당하는 Coda를 매우 중요시합니다.
베토벤이 특히 종결악절을 길게 확대 시켰는데,
운명교향곡 1악장 Coda 부분은 꽤나 깁니다.
끝날 듯 끝날 듯 하면서 끝나지 않고 길게 이어집니다.

이에 비해, 한국 전통음악은 마치 용두사미형 구조 같습니다.

이상으로, 국악 전공자도 아닌 제가 조금 아는 대로 감히 말씀 드렸습니다.

혹시, 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계신 내마노 회원 분이 있으시면
보완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 그래도 오늘 밤, 이동규 가객이 부른 남창가곡(초삭대엽-동창이 밝았느냐로 시작되는)
한 바탕이나 들어보려고 음반을 챙겨 놓았는데,
정우동 선생님의 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심전심인 모양입니다.

저는 전통가곡 중, 느린 노래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우조 [貳數大葉]을 좋아합니다.

<추 신>
전통가곡이 종묘제례악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등재된
사실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두 음악 다 서양음악에 비해 엄청나게 느리다는 것과
한때 원시음악으로 매도되었던, 헤테로포니 스타일의 음악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서양클래식음악은 왜 화성을 바탕으로 하는
호모포니 스타일의 음악으로 발전되었는지에 대해
철학적 관점에서 한번 논급하고 싶습니다.

제가 음악인으로서 경험해 본 결과,
'소리'라는 형태로 표현되는 음악 그 자체는
지극히 말단적인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그 말단적인 것에 백 날 매달려봤자 음악의 본질 파악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음악적인 왜(why)의 의문을 풀 수가 없습니다.
음악적인 what 밖에는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음악의 본질은 인문학적으로 접근해야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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