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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생이 같이 개성없는 가곡은 이제 그만

임수철 6 1852
제 개인적인 사견입니다만,
한국가곡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범생이 같은 가곡>,
또 하나는 <문제아 같은 가곡>.

범생이 같은 가곡은 글자 그대로 기존의 서양식 작곡 매뉴얼에 따라 마치 입시에서 모범답안처럼 작곡한 가곡을 말합니다.
현실적으로 이렇게 작곡하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대부분의 작곡가들이 이 방식대로 작곡을 하며, 이런 작곡가들의 가곡 작품이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런 범생이 같은 가곡을 구체적으로 예로 들면, 한 두 곡이 아니겠습니다만,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가곡이 김효근의 <눈>입니다.
<눈>은 가사 처리 문제만 빼고 나면, 마치 100점짜리 모범 답안 같은 가곡입니다.
음악적 구성, 반주 처리, 화성 처리 등등 기존의 작곡 매뉴얼 기준대로하면 거의 완벽합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눈>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듣기에는 아주 편안한데, 음악적인 구조나 전개 방식이 너무 평범합니다.
한 마디로, <눈>은 작곡자 개인적인 작곡 언어가 거의 없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이라면 무조건 예, 예하는 범생이처럼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주관이나 주체성이 없습니다.

엄친아의 인생은 마치 통속 드라마처럼 과정과 그 결과가 너무 뻔합니다.
속칭, 명문대를 나와 판사나 검사, 의사 등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갖게 되고,
이 사회의 주류층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범생이 같은 가곡도 이와 비슷해서 들으면 아주 편하고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유통도 잘 됩니다. 상품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음악적인 긴장감이라든가 새로움 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음악전문가들에게는 통속 드라마 같아서 별로 재미가 없지요.

반면에 문제아 같은, 반항아 같은 가곡을 쓰는 작곡가는 그리 흔치 않은데,
굳이 예를 들자면, 이건용 같은 작곡가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건용은 음악적 주체성이 강해서 기존의 서양식 매뉴얼대로 작곡을 하는 것에 대해 거부를 합니다.
그래서 그의 가곡 작품은 기존의 가곡에 익숙해져 있는 분들한테는 영 불편하게 들립니다.
솔직히, 저도 이건용 가곡은 그리 편하게 들리지 않습니다.
그의 주체적인 음악 논리에는 공감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풍겨나는 정서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범생이 같은 가곡 작품을 무조건 거부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 가곡 작품이 너무 많다는 것, 아니 그냥 시류에 휩쓸려
그런 범생이 같은 작품을 지향하는 주체성 없는 음악적 태도를 지적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수인 선생의<내 맘의 강물>이나 김동진 선생의 <가고파>도
굳이 분류하자면, <범생이 같은 가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의 가곡 작품들은 선율이 워낙 미려하고, 유려해서 충분히 인정해줄 만합니다.

하지만 <내 맘의 강물>이나 <가고파>만큼 수준이 안 되는 범생이 같은 가곡은
더 이상 음악 시장에 안 나왔으면 싶은 게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추신>
그러나 <내 마음의 노래>사이트에서 만큼은 어떤 종류의 가곡 작품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올렸으면합니다.
저는 <내마노>사이트를 통해 감상도 하지만, 가곡작품 연구실로 더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내마노>만큼 가곡작품을 연구하기에 좋은 사이트는 없는 것 같습니다.
6 Comments
luciana 2016.01.04 01:50  
범생이 같은 가곡.....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인데요.
저는 그 범생이 같은 가곡을 논하기 이전에 범생이 수준도 되지 않는 분들의 작품은 보고싶지 않다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가끔 보면요......가끔이 아니라 제법 많습니다.
작곡 공부를 안하신 아마추어의 곡들이라면 이해를 할 수 있겠으나 대학 입시나 대학 때 화성학 공부를 아주 많이 하셨음에도
기본 화성적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는 많은 작품을 볼 때 마다 저는 자괴감을 느낍니다.
차라리 범생이 같이 어떤 묘미는 없을지라도 화성 연결의 정확성을 지닌 작품을 저는 더 가치있게 보고있습니다.
저는 남부 유럽에서 공부했는데요....그 쪽은 화성적 연결의 완벽성을 엄청 따집니다.
성악이 유학의 주류를 이루는 나라이다 보니 성악도들이 거기서 한국가곡을 연주할 때에 많은 반주자들이 지적하지요.
이 화성에서 왜 이쪽으로 빠져버리는지? 이 다음의 화성은 이렇게 가야하는데.....류의 말을 아주 많이 들었습니다.
참 창피하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 한국가곡은 어쩔수 없이 서양의 음악 어법을 따라 만들어지고 있는 분야이니 기왕 작곡하는 김에
외국 사람들도 우리 가곡을 애창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작곡가들의 사명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선생님이 보시는 관점과 저의 관점은 많이 다르겠지만 몇몇 작곡가들에게서 세계적으로 알려질 만한
뛰어난 한국가곡을 쓰시는 분을 발견할 때는 크게 희열을 느낍니다.
유럽의 가곡들이 다 비슷한 어법인것 같아도 독일 가곡 다르고, 이태리 가곡 다르고, 프랑스 가곡 다르고, 스페인 가곡 다릅니다.
같은 음악 어법을 쓰는데도 말이죠.....각국의 색깔이 확 다르더군요.
우리나라는 서양음악의 역사가 아직 길지 않은 나라이니 화성적, 구조적으로 완벽한 가곡을 생산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지금 작곡하는 선배들이 제대로 된 올바른 가곡을 작곡하고 발표되면 따라오는 후배들이 그 모범을 보면서 새로운 모습의 한국적 정서가 가득한 가곡을 만들어내리라 생각합니다.....한국적 정서라고 꼭 국악풍이 들어가야 한다....는 논리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언급하신 김효근씨는 아시다시피 작곡 전공자는 아니시지요.
그런 분의 작품이 범생이 같다고 표현하실 정도이면 지금 작곡하는 사람들의 화성 구사 방법에 문제가 많다는 말이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 이유가 70년대 이후 부터 수십년간 만연했던 현대음악의 영향이라고 보는데요.
요즘은 대학에서 정통음악도 하고 현대음악도 하는 다양한 모습으로 티칭을 하고는 있더군요.
그래도 아직 많은 콩쿨 같은데서 심사를 해보면 3원색 자체의 화성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나마도 제대로 된 연결을 못한 많은 수의 작품이나 아직도 현대음악을 신조처럼 여기면서 불려지지도 못할 곡을 쓴 작품을 보면 지금 현역에서 작곡하시는 분들의 책임이 막중하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 기준으로 봤을 때 어느 아주 뛰어난 여자 작곡가 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 분의 작품은 너무나 독특해서 아마추어 성악가들의 전혀 선택을 전혀 받지못하는 작곡가에 들어갑니다.
저한테 하소연하더군요....나는 왜 파퓰러한 곡을 못쓸까????? 하구요.
제가 그랬습니다....선생님의 작품은 지금 일반인들에게 선택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용기있는 성악가라면 자기 연주회에 부를려고 할 것이고
나중에는 작곡학도들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나는 그렇게 본다.....누군가는 길잡이가 되어 줄 그런 작품을 써야하는데 그게 선생님의 사명이다...라고 했지요.
아직은 범생이 같지만 모범적 답안을 쓰는 작품들이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거기서 더 창의성을 발휘해주시면 더 좋겠지요.
쓸데없이 말이 길어졌습니다.
논쟁을 하려는게 아니고 저의 생각이 그렇단 말씀 올립니다.
좋은 작품 많이 쓰십시다.^^
임수철 2016.01.04 10:54  
좋은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말도 잘 듣고 , 공부도 잘 하는 범생이는 무조건적인 반항아보다야 훨씬 더 필요한 존재겠지요.

말씀하신 대로 서양가곡도 다양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독일의 리트를 좋아하고, 그런 스타일의 한국적 가곡을 작곡해보려고 하는데,
저의 역량도 부족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성악가나 가곡 애호가들은 칸초네 스타일의 가곡을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리트 스타일의 가곡은 연주를 맡기기도 쉽지 않고, 또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화성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로 드릴 말씀이 많으나, 화성학이 육법전서 같은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사실, 음악을 아주 넓은 시각에서 보면 정답이란 게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맞고 틀리고가 없다는 것입니다.
설사 정답이 있다고 해도 그 정답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또 어느 걸출한 음악가에 의해 그 정답이 바뀌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음악에서 정답은 일종의 <가설(假說)>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음악을 현상적인 현재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그 본질을 간과해버리기가 쉽습니다.

지금 우리 한국 음악계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마치 세계적인 예술 음악의 모범답안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또 다른 기준에서 보면, 이것은 음악적 편견이며, 오류로 볼 수도 있습니다.
요컨대, 음악적으로 이게 정답이니 저게 정답이니 하는 것은 사실은 어떤 특정한 틀 안에서 얘기인 것인 것입니다.

<불멸의 음악>이라는 것도 우리 인간적인 개념과 관념에서만 존재하는 것일 뿐,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우스운 얘기인 것 같습니다.

바흐를 마치 음악의 아버지인 것처럼 떠받들고 있지만,
길고 긴 인류의 역사 속에서 바흐가 차지한 시간이 얼마나 되며,
바흐의 음악적 텃밭이었던 유럽 대륙 또한 얼마나 손바닥만 합니까?

아무튼 의견 주신 선생님 덕분에 음악의 현상과 본질에 대해 여러 가지를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두서없는 제 의견 역시 제대로 된 정답일 수는 없고,
제 개인적으로는 현재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다는 것을 말씀 드렸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김균태 2016.01.05 01:32  
저는 작곡이 전공이 아니라 그냥 취미일 뿐이라서,
이에 관한 주장을 내세울 입장은 아닙니다만,
화성학이라는 것도 각기 견해가 다른 것 같습니다.
화성학이 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교 1학년때 부터 (1993년)곡을 쓰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곡을 써서 작곡전공자들에게 보여주면, 화성학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지적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2004년에 영어교사가 되고나서
사회교육원에 학점은행제로 성악을 전공했는데,
그 때 처음으로 화성학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곡을 쓸 때 도움이 될까 해서 말이죠.
물론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지요...
그 때 작곡 교수님께 여쭤본 것이 있습니다.

화성학에서 금지하는 요소들 (병행, 은복, 증음정 등등)을
실제 곡을 쓸 때에도 무조건 다 지켜야 하는 건지,
그리고 화음과 화음의 연결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이
있는지.

대답은 화성학에서는 금지하기는 하지만, 실제
곡을 쓸 때에는 그렇지 않는 경우도 많고, 화음의 연결도
딱히 서로 상극을 이루는 것은 없으며, 또한 작곡한 본인이
굳이 그렇게 쓰겠다면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고 하시더군요.

근데, 그 다음 학기에 다른 작곡 전공 교수님 수업을 들으면서
같은 질문을 드렸더니, 화음연결의 허용과 금지는 백병동 화성학 책에 있는 것 처럼
정해진 것이 있다고도 하시더군요. (예: IV - vi 연결 금지,  vi - I 연결 금지 등)

몇년 전에 대학원에서도 성악을 전공하고 졸업을 했는데,
재학 중일 때, 이론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이나 작곡 전공자들에게도 물어봤는데
결국 최종적으로는 연주를 해서
들었을 때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들리기만 하면 된다고도 하고,

또한 전통화성학에서는 없거나
사용하지 않거나 금지되는 것들이
재즈 등과 같은 실용음악에서는
존재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뭐는 되고 뭐는 안된다라고
할 수도 없다라는 답변도 있었구요....

결국에는 
결국 작곡하는 사람이
원하는대로,
귀에 거슬리지만 않는다면
굳이 화성학에 얽매이지 않아도 될거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되면 원칙을 고수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되는 걸로 보여질 것같고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원칙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틀을 깼던 Wagner같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여기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참 어렵네요....
luciana 2016.01.05 17:07  
김균태선생님께 감히 조언을 드려볼까 합니다.
화성법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시고 노력하시니 참 보기좋습니다.
단지 화성법을 공부한다고 해서 자기의 작품에 잘 반영이 되는 것이 아니구요.
화성법을 이론으로만 공부하기 이전에
유명 외국작곡가들의 작품들을 피아노로 열심히 쳐보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활발히 작곡활동을 하시는 분들 중에 우수한 작품을 만드시는 분들은 피아노에 아주 능숙하신 분들이라고 보면 됩니다.
열심히 제대로 된 악보들을 섭렵하시다보면 화성학 이론에서 설명하는 어떤 길이 보여지게 됩니다.
화성은 진행하는 길이 있거든요. 위에서 어느 화성에서 어느 화성으로 진행하면 안된다....그런걸 머리에 넣는것보다
작품에서 어떤 화성으로 진행하니 아름답더라....그런 것을 머리에 입력하시고 작품에 반영시키는 것이 더 빠를 수 있습니다.
모짜르트가 천재 소리를 듣는 것이 모짜르트의 부친 레오폴드 모짜르트가 자기의 자녀를 교육시킬 때에
당대의 뛰어난 음악들을 골라서 '난네를학습장'(모짜르트의 누나 이름이 난네를 임)을 만들어 교육을 시킨 덕분이지요.
모짜르트가 화성법 먼저 배우고 작곡을 했겠습니까?
기존의 곡들에서 화성 규칙을 배우고 영감을 받고 거기에 창의력이 더해지면 새로운 것이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Wagner가 기존의 틀을 깼다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기존의 틀 위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낸 것이랍니다.^^
임수철 2016.01.05 17:08  
김균태 선생님의 음악에 대한 열정에 먼저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김균태 선생님께 좋은 답글을 주신 선생님께도 감사드리면서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 드릴까 합니다.

화성학에 대해 논급을 하려면, 그리 간단하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언어적 개념으로 비유하자면, 화성학은 일종의 문법같은 것이며, 작곡은 작문 같은 것입니다.
엄격한 문법대로 글을 쓴다고, 좋은 문학 작품이 되지 않듯이
화성학 규칙에 맞게 곡을 쓴다고 해서 훌륭한 음악이 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규칙을 완전히 무시해서도 안 됩니다.
글을 쓸 때, 꼭 지켜야할 맞춤법이 있듯이.

종교적으로 비유하자면, 화성학 이론은 율법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율법만 잘 지킨다고 그게 반드시 올바른 신앙 생활이라고 할 수가 없겠지요.

화성학은 호모포니 형태의 음악에 적용되는 규칙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러므로 폴리포니나 헤테로포니 형태의 음악에서 화성 규칙은 엄격한 음악적 문법이 될 수가 없겠지요.

지금은 화성학이 작곡가들에게 거의 육법전서 같은 규칙이 되었지만,
길고 긴 음악 역사를 놓고 보면 화성학이 체계화 된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아시겠지만, 화성을 학문적으로 체계화 시킨 분은 음악학자이자 작곡가였던 라모(Rameau; 1683-1764)였는데,
그 분은 지나칠 정도로 화성 우월주의적인 음악 사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은 당시에도 그의 음악적인 견해가 객관성이 결여된, 매우 편파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었습니다.

일단, 전통 화성학이라는 것은 4성부 합창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악곡을 작곡할 경우는 적용 방식이 조금 달라집니다.
피아노곡만 해도, 병행 5도니 8도니 하는 금칙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현재 주력하고 있는 기타곡은 화성이라는 게 거의 음색 배합과 같은 개념입니다.
기타곡을 작곡할 때는 기존의 화성학 규칙을 아주 큰 틀에서만 적용하면 됩니다.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화성학의 까다로운 규칙들은 작곡 전공 입학 시험에서나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화성을 전제로 하는 호모포니 형태의 음악이 아니더라도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형태의 훌륭한 음악이 존재하며,
우리 전통음악인 [수제천]은 헤테로포니 형태의 음악 중 가장 진화가 잘 된 우수한 음악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서양음악 우월주의 때문에 헤테로포니 형태의 음악을 원시음악으로 매도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제천이나 전폐희문같은 음악은 서양음악학자들도 그 음악적 가치와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얘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대충 마무리할까 합니다.

음악의 천재는 화성학 같은 거 몰라도 좋은 곡 쓸 수 있습니다.
그 대신 모든 걸 스스로 깨우쳐야 하므로, 시간이 좀 걸릴 것입니다.

저 같은 평범한 작곡가는, 선배 작곡가들이 만들어 놓은 작곡 매뉴얼을 공부하면 큰 도움이 되겠지요.
화성학도 그 중 하나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화성학을 철저하게 공부해서 손해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노예가 된다면 고대 유대교의 바리새인처럼 율법에만 빠져 있는 음악인이 되겠지요.

베토벤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미(美)를 위해서는 깨뜨리지 못할 음악 규칙은 없다!"
김균태 2016.01.06 04:37  
두 분 선생님들의 좋은 답변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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