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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정명훈 사퇴를 바라보면서

임수철 1 1590
서울시향 지휘자 정명훈이 사퇴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일입니다.
저는 인간적으로 정명훈 지휘자에 대해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한때는 그의 열렬한 팬 중의 한 명이었지만.
정지휘자가 차이코프스키국제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을 했던 것이 제가 고등학생이었던 1974년도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 때 대단했었습니다.
당시, 엄혹하던 군사 독재 정권 시절에 그 소식은 한 줄기의 큰 빛과 같았습니다.
정지휘자가 피아노 연주를 하던 멋진 모습을 저는 동네 구멍가게 흑백 TV를  통해서 보았었습니다.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당시, 21세의 젊은 정명훈 지휘자는  완전히 국민적인 영웅이 되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국민들의 과열 지지와 더불어 정부의 정책적이고 전략적인 지지에 힘 입은 바도 컸습니다.


그런 정지휘자가 그 동안 서울시향 지휘자로서 보인 행태는 다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은 안 드리겠지만, 역할에 비해 좀 과잉 대우를 받은 면도 있습니다.
정부와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과 지지에 힘입어 그 정도로 성장했으면, 
이제 그 은혜를 음악 봉사를 통해 되갚을 때도 되었지만, 그렇지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정지휘자가 받았던 그 간의 상당한 경제적 보수가 모두 어디서 나온 것입니까?
서울시민들이 피땀 흘려서 번 돈, 혈세가 아니었습니까?

승자독식 현상, 솔직히 우리 음악계만큼 심한 데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음악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여야 합니다.

알 만한 분은 다 알고 계시겠지만,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는 국민들의 세금만으로 운영하지 않습니다.
자체적인 음악 사업을 통해서 지휘자와 단원들의 보수도 해결합니다.

어떤 분들은 말합니다.
정명훈 지휘자는 음악적 실력을 통해서 국위 선양도 했고, 그것으로 이미 자기 역할을 다 하지 않았냐고.
대부분의 전문 평론가들은, 정지휘자의 음악적 실력은 좀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말합니다.
정지휘자의 실력이 대단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세계 최정상의 지휘자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나친 애국심에 사로잡혀 이런 식으로 우리 음악인들을 과대포장하면 진정한 음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정지휘자가 받는 보수 정도 수준이면 서울시향에서는 더 좋은 지휘자를 데려 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저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서 뭐라고 확실하게 말씀을 못드리겠습니다만.

저는 정지휘자가 아주 중요한 기자 회견자리에서 "나는 음악밖에 모른다"고 한 그 벌언에 실망을 좀 했습니다.
음악가는 외계인이 아닙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도 아닙니다.
따라서 음악가이기 전에 한 사회인으로서 최소한의 규범이나 규정 같은 것은 지켜야합니다.
그런데 정지휘자는 이런 건 관심도 없고, 자신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듯한 발언과 행동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정지휘자는 자신과 관련된, 회계 처리와 연루하여 많은 의심도 샀었습니다.

음악은 궁극적으로는 인문학입니다.
음악의 주체와 대상이 음악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타 분야의 예술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역사나 철학서적 같은 것도 틈나는 대로 읽어야 합니다.
부조리한 사회 현상에 대해 분노도 할 줄 알아야 하고,
불우한 이웃을 보고 마음도 아파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지휘자는 평소에 악보 외에는 신문 한 장 읽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오로지 음악밖에 모르는 음악바보가 되어버린 정명훈 지휘자.
그것도 세상의 모든 음악이 아닌, 클래식음악만.

예술이 사람이나 도덕보다 우위일 수는 없습니다.
진정한 음악전문가이자 애호가였던 공자님께서도 지미지선(至美至善)한 음악이 최고 경지의 음악이라고 했습니다.
내로라 하는 음악인들 중에서 지미 경지까지에는 도달한 분이 꽤 많지만,
지선의 경지에까지 도달한 분은 극히 드문 것 같습니다.

애국가의 작곡자 안익태 선생도 한때 우리가 음악적 영웅으로 평가했었는데,
일제 강점기 때 적극적으로 친일을 했던 분이었고, 그래서 친일인명사전에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안익태 선생의 대표작 [한국환상곡]도 원작이 일제의 꼭두각시 정부였던 만주국을 찬양한 음악작품이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실력있는 음악인이면 뭐합니까?

정명훈 지휘자가 진정으로 우리 국민들의 영웅이 되려면, 앞으로 어떤 모습의 지휘자로 거듭나야하는 것인지
[내 마음의 노래 ]회원들께서 좀더 냉철하게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별로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서울시향을 떠나는 음악바보 정명훈 지휘자에게서 측은지심이 느껴집니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일을 계기로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좀더 성숙하여
정말 명실상부한 마에스트로 정명훈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합니다.
1 Comments
바다박원자 2016.01.01 13:06  
제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2년 차에 신문과 방송에 대대적인 보도를 하는 것을 보고
 저는 한껏 고무되어 학생들에게 자랑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한 가정에서 3남매가 세계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음악인이라고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요.
 어떤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던 분들의 뒷모습이 가장 아름답게 남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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