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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이 만난 예인] 제19회 한밭국악전국대회 ‘명무대상(대통령상)’ 받은 황귀자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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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19회 한밭국악전국대회에서 명무대상(대통령상)을 차지한 황귀자 명인이 ‘태평무’를 추는 모습. 황 명인은 “아름답고 고운 자태의 춤사위를 통해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동국예술기획 제공


[이광형이 만난 예인] 제19회 한밭국악전국대회서 ‘명무대상’ 받은 황귀자 명인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려 합니다”
이광형 선임기자
입력 2014-07-15 02:05
 

“지구를 짊어지듯 묵중한/ 중량감으로 무게를 지탱하며/ 한반도 끝에서 아시아로/ 유럽으로 미주로/ 웅장하고 고운 자태/ 그 찬란한 영광을/ 춤사위로 알리듯/ 세계로 춤으로/ 온누리 세계 방방곡곡/ 희망을 심어주리/ 우리 이제 일어나/ 하나가 되자/ 얼씨구 둥당/ 얼씨구 둥기둥당/ 무대위에서 지구를 디디며/ 추는 태평무/ 아름답고 고운 자태….”

중요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 제92호 ‘강선영류 태평무’ 이수자인 황귀자(56) 명인은 명기환 시인의 시를 떠올리며 무대에 올랐다. 여린 듯 하면서도 강한 춤사위, 섬세하면서도 활달한 발놀림, 동작 하나하나에 깃든 흥과 격식, 우아함과 단아함을 갖춘 정중동(靜中動)의 조화.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얼굴엔 미소가 맴돌았다.

오직 춤만을 생각하며 열정을 쏟았다. 갈채와 환호가 쏟아졌다. 그리고 주어진 것은 영예의 대상이었다. 지난달 말 대전에서 열린 제19회 한밭국악전국대회에서 ‘명무대상(대통령상)’을 차지한 황 명인을 지난 10일 서울 종로 한 찻집에서 만났다. 그는 “생각지도 못했던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 저에게는 그 어떤 상보다 뜻 깊은 상”이라고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무대 이력은 50년이 넘는다. 어린 시절부터 방송국에서 춤과 노래를 자랑했고, 전통춤 공연도 30년가량 숱하게 가졌다. 그동안 창원 야철 전국국악대전 종합대상(국회의장상), 여수 진남 전국국악경연대회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대한민국 한국무용대상 등을 수상했으나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한밭국악전국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으니 감개무량한 심정이야 오죽할까.

그는 수상의 영광을 ‘태평무’ 분야 인간문화재인 스승 강선영(89)에게 돌렸다. “때로는 자상한 어머니처럼, 때로는 혹독한 선생님으로 저를 이끌어 주셨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찾아뵙는데 마치 당신께서 상을 탄 것 같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앞으로 후학들을 잘 지도할 수 있는 훌륭한 교육자이자 한국 최고의 춤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졌어요.”

지난 세월 전통춤에 빠져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갖가지 장면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대전에서 태어난 그는 엘리자베스극단에 어린이 단원으로 입단해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중·고교 때는 우리 것이 좋아 전통춤을 배웠다. 하지만 부모의 권유로 성악과에 진학했다. 그런 중에도 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대학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이후 강선영 스승을 만나 ‘태평무’ 전승을 위해 땀 흘리고 있다. 태평무는 왕실의 번영과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기 위해 왕비 또는 왕이 직접 춤을 춘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구한말 민속무용인 한성준(1874∼1942)이 무대화한 창작무용이다. 복잡한 장단 사이사이에 발로 원을 그리며 돌리고 굴리는 기교적인 발 디딤이 태평무의 멋이고 특징이다.

춤사상연구회 대표이기도 한 그는 한국무용에서 ‘한(恨)’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관심이 많다. “태평무 무대에 오르면 항상 제 자신이 왕비가 된 것처럼 동화돼요.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평안과 행복을 선사할 수 있을까 늘 고심하죠. 세월호 참사 등으로 침울한 분위기에서 태평무를 통해 서로 격려하고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올 하반기와 내년에 동국예술기획(대표 박동국)이 마련하는 ‘명인명무전’ 등에 나설 예정이다. 춤추는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고 매번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그이지만 아쉬움은 없을까. “제자들이 너무 힘들고 어렵다고 하나둘 떠나고, 정부나 기업 지원도 턱없이 부족해 전통무용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갈수록 결여돼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rel="nofollow">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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