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막히 <가을을 보내며>를 들으며 적어 본 ........ 삶 (2)
<추운 얘기 때문이었을까요?>
지난 번에 말씀을 드리고 나서 바로 한 이틀 꼬박 앓았어요.
한기가 들어서요.
온 몸이 얼마나 춥던지 때 아니게 내복에다 털조끼를 입고 지냈어요.
손이 시려 잠시도 주머니에서 꺼낼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그래 이런 엉뚱한 생각이 들더군요.
시어머님 얘길 세상 밖으로 내 보내 그러나 보다고....
정말 그럴 것도 같지요?^^
사실 누구를 위해? 왜? 하는 의문도 들었어요. 아닌게 아니라....
그러나 결과가 좋고 그렇기 때문에 시작한 것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로라 잉걸스의 작품에 나오는 한 장면을 연상하시면 어떨까요?
혹한의 추운 겨울, 세차게 몰아치는 평원의 눈보라 속을 한 대의 썰매가 달렸어요. 말의 입김이
금새금새 얼어버려 썰매를 끄는 사람은 연신 썰매를 멈춰 그것을 떼어내야 하는 아주 추운 밤이
었지요. 그런데 썰매를 끄는 사람은 곁에 탄 사람이 그 추운 밤에 자칫 졸다가 목숨을 잃을까 그
의 이름을 열심히 불러요. 그러면 또 이름이 불리운 그 사람은 반응을 나타내려고 계속 몸을 움
직이구요. 이런 노력과 격려 끝에 마침내 아늑한 그들의 집에 도착했다는...참 행복한 장면을
요.^^
이렇게 오실오실 떨면서....이번엔 <가을을 보내며>를 듣고 또 들었어요.
<가을을 보내며>
마른 풀잎 맴돌아 피어오른 물안개라서
반짝이는 바람으로 흩어진다 나의 사람아
밤새도록 밤하늘 기대어 선 나무들 물든 잎새
가쁜 숨 몰아쉬며 저만치 가을은 떠났느냐
어디 가야 지친 영혼 편히 쉬일까
언제쯤이야 지친 마음 편히 쉬일까
차운 비에 매달려 흔들리는 잎새라서
파르라니 별빛으로 떨어진다 나의 사람아
눈이 부신 억새꽃 밀려오는 바람에 나는 꽃잎
놀란 가슴 쓸어안고 가을은 그렇게 사라졌나
어찌해야 얽힌 인연 쉬이 풀릴까
아무렇지도 않게 내 맘 곱게 접을까
(이향숙 작시 이안삼 작곡 소프라노 김영미)
올 봄에 대전에 다녀와야 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때 차 안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는데 멜로디가 아름다워 마치 반가운 사람을 만났을 때 처럼 반갑더군요. 시를 정확하게 알고 싶어 휴게소에 들러 음반 안에 끼워져 있는 책자를 꺼내 보았어요. 역시나 아주 아름다운 시였어요.
<어디 가야 지친 영혼 편히 쉬일까 언제쯤이야 지친 마음 편히 쉬일까
어찌해야 얽힌 인연 쉬이 풀릴까 아무렇지도 않게 내 맘 곱게 접을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떠한 일로든 한번쯤은 이런 감정과 마주쳐 볼 거에요.
..................
아침에 눈을 뜨면 언제나 제가 있는 곳이 너무나 낯설었어요.
서울이라는 장소가 주는 지리적인 생소함을 포함해서 저를 둘러싼 환경이 너무 낯이 설었어요.
어느 날은 마치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이전의 기억과 현재의 모든 것을 동시에 기억하게 된 사람과 같은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이 당장 엉클어져 있는 눈 앞의 현실에 막막하고 답답하고 절망스런 그런 느낌이.......
<채울 수 없는 욕구 그리하여 온전히는 결코 만족하게 할 수 없는 사람의 뜻>
어떤 게 못미처 불만이실 때 그것을 채워보려 노력했어요. 그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다른 불만을 가지심을 알게 되었지요. 다시 그것도 잘해서 칭찬을 들었다 싶으면 또 다른 요구가 일어나고....
저는 깨달았어요.
사람의 뜻을 따르고 기쁨을 드리려 함에는 결코 한계가 있음을.
<마음으로부터 함께 하고 싶은 마음>
그러나 모두와 마음으로부터 진정 함께 하고 싶었어요.
제가 발을 딛고 있는 곳에서 손길이 닫는 곳에서 눈 앞에 펼쳐있는 모든 상황에 마음을 두고 또 주면서.....있어야 할 곳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가운데..... 평화롭고 싶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하늘을 보니 바로 제 마음과 같은 장면이 그곳에 있더군요.
구름과 달
창을 열고 내어다 본 하늘엔
달 아래 구름이 지나고
구름 그 위로 달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다시 바라 본 하늘엔
달을 떠난 구름이 한가롭고
구름을 보낸 달이 의연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함께하면 조용히 아름답게 어울리고
따로여도 여유롭고 의연한
저 구름과 달을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198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