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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길목에서

가객 10 2730
할아버지 기침소리를 듣고서 새벽이 온 것을 알듯이
나뭇잎새에 이는 바람소리에서 가을의 기척이 느껴진다.
70년대까지만 해도 가을이 오면
등화가친이니 천고마비니 독서의 계절이니... 하는
어구들을 많이 썼는데 이 것들도 이제 다 퇴색해버렸다.

그렇긴 해도 가을이 사색의 계절이라는 말은 아직은
우리들에게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가을빛이 돌기 시작하니 가을 노래들에게 마음이 끌리고
그런 가곡을 듣다보면 사색에 잠기게 되고
고향에 대한 생각도 더 난다.

그렇지만 이번 여름 휴가차 고향에 갔을 때
고향의 산하를 보려고 차로 일주를 하긴 했는데
실제로 돌아 본 고향보다는 마음 속의 고향이
더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내 고향 내 집으로 가는 길마저도
흙을 밟을 수가 없으니 이제 고향 맛이 싹 달아날 법도 하다.
내가 즐겨 걷던 그 추억의 신작로도 피치라든가 하는
그 괴상한 물체로 미끈하게 코팅되어버렸으니까.

도로포장을 시작할 때 고향 동네 이장을 맡고 있는 친구가
이미 전화로 그런 소식을 전하면서 자랑스레 말했지만
나는 꼭 소태 씹는 느낌이었기에 단단히 각오하고 귀향을 했어도
아름다움이 사라짐에 비감이 드는 것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찌보면 그렇게 문명의 진행을 달갑지 않게 받아드리는 내 태도가
바람직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내 마음이 그러하니 어찌할 것인가...
세월이 갈수록 문명이란 괴물은 인간과 자연과의 상거(相距)만
크게 늘려놓아, 자연이 내게서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드는 것이
나만의 심사는 아니리라.

언젠가는 어딘가로 내려가서 60년대 우리들이 살던 그 농촌의 모습,
옹기종기, 아기자기, 오붓함, 오손도손, 따스함이 넘쳐 흐르는 마을을
만들어 봐야 할텐데, 언제쯤에나 그런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 마음이 이렇게 어리석기만 하니
우리들의 그 아름답던 시절을 추억하게 하고
가슴 속 깊이 자리한 서글픈 향수를 달래주는 가곡의 매력에
내가 뇌쇄당할 수 밖에 없으리라...
10 Comments
미리내 2002.08.25 13:57  
  우째 여기에 시인들만이 오는 공간같 그려^^
가객님께서 친히 한마씀하셨으니^^ ㅡㅡㅡ
전 뭐라고 한마디~도 못하고 나가야것소ㅡㅡ건강하세요,,
나리 2002.08.25 14:29  
  더불어 슬퍼집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가곡을 꼭 잡고 놓지 않으리라 다짐합니다.
그속에서 크나큰 위안을 받습니다.
2002.08.25 14:32  
  한 번 썼다가 지워지는 바람에 다시 씁니다.
 
고향이 없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부러운 정경입니다.
 서울 토박이 같은 저로서는 더더욱
 
 지금이야 지방에서 대거 와서 거주하시지만 옛날에는 주로 사대문안에만 학교와 공공시설들이 있을 때
 그때의 모습과 비교하면 서울은 촌이었습니다.

 마포에서 종로로  전선에 매달린 전차가 다니고
 청계천에서 멱감고
 군사들이 칼을 갈았다던 세검정에는 외딴 농촌으로 온통 능금밭이 있었습니다.

 오늘의 서울을 살며 옛 서울을 떠올리며
 고향의 모습을 떠올리기란 용이하지 않고 어울리지도 않는 이야기겠지요.
 하여간
 돌아갈 고향이 있고
 그 곳을 향해 마음이 열려져 있는 가객님의
 소원들이 익어가리가
 기대해봅니다.
 
박금애 2002.08.25 17:39  
  "실제로 돌아본 고향보다는 마음속의 고향이 더 아름답다."라는 글이 찡하게 옵니다.
그래도 마음속의 고향이라도 있으니-----.
이 슬 2002.08.25 19:37  
  가객님..
우리를 한 곳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게 세월이 아닐까요.
모두가 좀 더 나은 내일을 추구하며 살고 있고 그래서 삶에 의미가 있는 것일진대 공통된 생각 하나가 고향은 그 옛날 그대로 이기를 바라는 참으로 비현실적인 바람들이지요.
지나간 것들은 모두가 아름다움으로 각인되어 있고 그 기억만으로도 행복한 것을요..추억할 그 무엇이 있음으로도 축복이 아닐까요?
음악친구 2002.08.25 21:20  
  전 가을이 좋은 이유가 더운 여름이 싫으니 시원한 가을이 좋은거~
그거 밖에 없었어요
전 속물인가봐요
내 고향에 버스가 지금도 손만들면 아무데서나 태워주는지를 아직도 모릅니다
고향에 가본지가...
지금 무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중이예요
가객 2002.08.26 16:33  
  세월의 흐름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지요.
그렇긴 하지만
고향은 설령 그 것이 사라지고 없다 해도
고향이란 말은 단어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가슴을 위무해 주는 묘약인 것 같습니다.

미리내님, 나리님, 별님, 박금애님 그리고
이슬님과 음악친구님 !
제 글에 대한 공감과 따뜻한 답글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평화 2002.08.26 19:51  
  가객님! 가을의 길목에서...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젖먹이 아이적에 엄마등에 엎혀 고향을 떠나와 전혀 고향모습을 상상할 수 없어 슬퍼집니다. 하지만 비록 제 2의고향이 도시이긴하여도 저의 유년시절엔 흙을 맘껏 밟을수가 있었고, 부산에는 바다가 많은 관계로 수영도하고 그런데로 좋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불도저로 산을 밀어 바다를 메우고 아파트가 가득하니 갑갑해서 통 살맛이 안납니다. 그러나 대신 아름다운 가곡을 들으며 또 가객님 글을 읽으며 고향의 향수를 느낄수 있어 위안을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요.
가객 2002.08.27 10:56  
  평화님!
문명의 도도한 흐름이니 거역할 수 없긴 하나
기계덩어리에 의해 산이 허물리고 바다가 메워지는 걸 보면
보다 큰 것을 잃어버리는 것 같지요 ...
언제까지나 이 가곡을 통해서 정든 산하와 장밋빛 유년기를 추억하며
행복을 얻으시기를...
사랑 2003.08.27 22:10  
  가객님이 동호회의 회장님이신줄 몰랐읍니다.
그냥 가객님께 악보를 부탁드리면 가능할것같았는데 제 느낌이 딱 맞았군요.
운전중이신데도 저의 부탁을 거절하지않고 접수해주신것 참 갑사합니다.
"조두남님의 길손" 악보를 부탁한 사람(사랑)입니다.
곡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이ㅃ버서요.
악보가 구해진다면 참 기쁠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제 주소: 서초구방배동삼호아파트라동201호입니다.
부탁드립니다.안녕히 계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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