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일 선생님을 뵈온 날
우리가 모두 일어서서 마지막 곡 ‘삼월이 다 가기 전에’를 부를 때
통로를 따라 노작곡가님이 천천히 걸어 나가셨다.
그 순간, 이상한 감동 같은 것으로 내 목소리가 잠시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약간 굽은 뒷모습은 그 연세에 상당히 큰 키였고
걸음걸이는 서둘지 않는 여유로움과 꼿꼿함으로 정정해 보이셨다.
그분은 여러모로 놀라움을 주셨다.
가곡을 즐겨 듣고 부르던 오래 전부터 봄이면 ‘강이 풀리면’을
꼭 한 번쯤 흥얼거리거나 일부러 골라 듣곤 했다.
그 곡을 작곡하신 분의 성함인 ‘오동일’,
부르기에 어감이 좋은 그 이름은 나로 하여금
어쩐지 기백이 넘치는 젊은 분으로만 여기게 했고 그런 줄만 알았다.
몇 해 전, 모차르트 카페 시절에 처음 발을 디딘 내마노 모임에서
‘삼월이 다 가기 전에’를 처음 배우며 노래는 낯설었지만 작곡가의 이름이
나에게는 익숙하였기에 참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그 노래는 여고시절에 배웠던 가곡들, 예를 들어 ‘그집 앞’을 비롯해 ‘동심초’라든가
‘봄이 오면’ 같은 가곡의 고전에만 머물러 있던 그때까지의 내 수준에 변화를 주고
지평을 한 단계 더 넓혀 준 노래로 애창곡이 되었다.
막상 선생님을 뵈었을 때 생각보다 연만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자신의 곡이 연주될 때마다 간단히 그 곡에 대한 소회를 피력하시는 품이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설명과 은근한 윗트에 조금도 그 나이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대개 연세가 높으시면 마이크를 잡고 여간해서는 내려놓지 않는 걸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비록 실력이 안 되어 무대에 서는 것을 사양했지만 오동일 선생님을 뵙고 후회했다.
표정도 없으시고 말씀도 길지 않았지만 그분에게서는 시들지 않은 음악에의 열정이
느껴졌고 음악가로서의 순수한 진정성이 감출 수 없는 향기처럼 전해져 왔다.
못 부르는 노래나마 그분 앞에서 불러보는 일은 분명 큰 영광이며 좋은 추억이 되었으리라.
그날 소프라노 이연화님이 불러주신 선생님의 다른 곡들도 우리 정서에 어울리는
아름답고 정겨운 노래들이었다.
오랜만에 걸음한 내마노의 작은 음악회는 언제나처럼 돌발감동이 여전했으며
그 시간을 위하여 수고하시는 스텝 여러분들의 노고도 여전했다.
또 하나의 수확, 제목이 영 낯설어 선뜻 들어볼 생각을 못했던 정영택 선생님의 곡
‘그 어느 지날 손이’를 알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듣고 싶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만났으니 그동안 배웠던
여러 주옥같은 신작가곡들과 더불어 또 나를 당분간 행복하게 해줄 것 같다.
내마노는 그런 모임이다. 옛 노래와 새 노래가 정선 아우라지처럼
한데 어울어져 가곡의 물결은 더 도도해진다.
그 도도한 물결이 언젠가 이 땅에 우리 가곡의 시대를 열어줄 것을 기대해본다.
통로를 따라 노작곡가님이 천천히 걸어 나가셨다.
그 순간, 이상한 감동 같은 것으로 내 목소리가 잠시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약간 굽은 뒷모습은 그 연세에 상당히 큰 키였고
걸음걸이는 서둘지 않는 여유로움과 꼿꼿함으로 정정해 보이셨다.
그분은 여러모로 놀라움을 주셨다.
가곡을 즐겨 듣고 부르던 오래 전부터 봄이면 ‘강이 풀리면’을
꼭 한 번쯤 흥얼거리거나 일부러 골라 듣곤 했다.
그 곡을 작곡하신 분의 성함인 ‘오동일’,
부르기에 어감이 좋은 그 이름은 나로 하여금
어쩐지 기백이 넘치는 젊은 분으로만 여기게 했고 그런 줄만 알았다.
몇 해 전, 모차르트 카페 시절에 처음 발을 디딘 내마노 모임에서
‘삼월이 다 가기 전에’를 처음 배우며 노래는 낯설었지만 작곡가의 이름이
나에게는 익숙하였기에 참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그 노래는 여고시절에 배웠던 가곡들, 예를 들어 ‘그집 앞’을 비롯해 ‘동심초’라든가
‘봄이 오면’ 같은 가곡의 고전에만 머물러 있던 그때까지의 내 수준에 변화를 주고
지평을 한 단계 더 넓혀 준 노래로 애창곡이 되었다.
막상 선생님을 뵈었을 때 생각보다 연만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자신의 곡이 연주될 때마다 간단히 그 곡에 대한 소회를 피력하시는 품이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설명과 은근한 윗트에 조금도 그 나이를 떠올릴 수가 없었다.
대개 연세가 높으시면 마이크를 잡고 여간해서는 내려놓지 않는 걸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비록 실력이 안 되어 무대에 서는 것을 사양했지만 오동일 선생님을 뵙고 후회했다.
표정도 없으시고 말씀도 길지 않았지만 그분에게서는 시들지 않은 음악에의 열정이
느껴졌고 음악가로서의 순수한 진정성이 감출 수 없는 향기처럼 전해져 왔다.
못 부르는 노래나마 그분 앞에서 불러보는 일은 분명 큰 영광이며 좋은 추억이 되었으리라.
그날 소프라노 이연화님이 불러주신 선생님의 다른 곡들도 우리 정서에 어울리는
아름답고 정겨운 노래들이었다.
오랜만에 걸음한 내마노의 작은 음악회는 언제나처럼 돌발감동이 여전했으며
그 시간을 위하여 수고하시는 스텝 여러분들의 노고도 여전했다.
또 하나의 수확, 제목이 영 낯설어 선뜻 들어볼 생각을 못했던 정영택 선생님의 곡
‘그 어느 지날 손이’를 알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듣고 싶고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만났으니 그동안 배웠던
여러 주옥같은 신작가곡들과 더불어 또 나를 당분간 행복하게 해줄 것 같다.
내마노는 그런 모임이다. 옛 노래와 새 노래가 정선 아우라지처럼
한데 어울어져 가곡의 물결은 더 도도해진다.
그 도도한 물결이 언젠가 이 땅에 우리 가곡의 시대를 열어줄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