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김의 편지 /
그 아버지에 그 아들
8월6일자 타임지에 실린 ‘그 아버지에 그 아들(Like Father, Like Son)’이라는 기사를 읽고 감명을 받아 한국에 계시는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이번 편지 주제로 삼았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미 해병대에서 3개월의 전투훈련을 끝내고 내년 이맘때 이라크로 파병될 가능성이 높은 한 어린 병사입니다. 이 병사는 다름 아닌 차기 대통령 출마가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70세의 아리조나 출신 멕케인 상원의원의 일곱째인 막내아들입니다.
미국 해병대는 현재 거의가 이라크나 아프카니스탄에 파병되어 그곳에서 실전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현재 치루고 있는 전쟁에서 전사자의 대부분이 해병대 출신입니다. 현재 178,000명의 현역 해병대 중에 80,000명이 이라크나 아프카니스탄 전쟁에 참가했으며 약 6,000명의 해병대가 부상을 당했고 650명이 전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멕케인 상원의원은 자신의 막내아들이 전투에 참가하는 데 대해 여느 부모들처럼 두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이 막내아들이 이제 18살이라고 하니 한 번 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멕케인 상원의원이 유명한 군 출신 집안 자손이라는 사실을 저는 이 기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할아버지는 2차 대전 당시 해군제독으로서 일본이 항복할 때 미조리함에서 맥아더 장군과 함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으며 멕케인 상원의원은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미 해군사관학교를 1958년에 졸업하였고, 그의 여섯째 아들은 현재 해군사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상원의원은 베트남 전쟁에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해서 그의 전투기가 추락당해 포로가 되었을 당시 그의 아버지는 미 해군 제독으로 태평양지역의 사령관이었다고 합니다. 멕케인 상원의원(당시 해군소령)은 악명높은 하노이 힐튼이라는 별명을 가진 월맹포로수용소에서 4년9개월 동안 포로생활을 하였는데, 그의 아버지 인 제독은 아들이 그곳에 포로가 되어 있는 것을 알면서도 강도 높은 폭격을 주장하였다고 합니다. 멕케인 소령이 포로로 있을 때 월맹군이 그에게 조기석방을 종용했는데도 거절했다고 합니다.
멕케인 상원의원의 막내아들이 전쟁터에 나가게 되면 미국의 대통령 출마자로서는 루즈벨트 대통령과 같은 반열에 든다고 합니다. 루즈벨트 대통령도 그가 출마자로 있을 당시 그의 아들을 전쟁터에 내보낸 아버지였습니다. 자신의 어린 막내아들을 전쟁터에 보내게 되는데도 이 상원의원은 그의 아버지처럼 이라크에 더 많은 파병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의 막내아들은 자기 아버지가 증파를 주장하는 전쟁터에서 탄환받이 대열에 서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어린 청년은 아버지가 쓴 자서전을 통해 전쟁의 위험성과 포로생활의 어려움, 그리고 심한 고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며 그의 아버지가 가슴과 다리에 파편에 맞아 고통당한 것도 알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멕케인 상원의원 뿐 아니라 다른 두 상원의원의 아들들도 전쟁터에 나가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의 일부 권력층 아버지들과 다른 점인 것 같습니다.
멕케인 상원의원은 아들을 전쟁터에 보내면서도 자신의 병력증파 주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며, 근심과 걱정이 큰만큼 최상의 긍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스무 살이 되자 마자 입대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저는 논산훈련소를 졸업하고 바로 최전방으로 배치받아 그곳에서 군복무를 마쳤습니다. 당시 저의 아버지는 한국은행 부총재로 계셨으나 내가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것이 어수선했던 후방보다 더 안전하다고 후방으로 빼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방 포병대에서 사격조준 계산병으로 만기제대를 했습니다. 당시 전방에는 흙으로 만든 초가막사가 내무반이었으며 전기불도 없던 열약한 군대생활이었습니다.
우리는 멕케인가(家)처럼 위대한 집안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저는 제가 조국에서 군복무를 마쳤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전방에서 고생하는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면서도 어떤 편의도 봐주지 않고 스스로 이겨나가도록 지켜봐주신 아버지의 공명정대함을 존경합니다.
문득 장남의 석방을 끝내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리워집니다.
로버트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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