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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동무생각>이야기

鄭宇東 0 4001
가곡 <동무생각>이야기
 
.                  가곡 동무생각(思友)

                                      작사 : 이은상 (1903 ~ 1982)
                                      작곡 : 박태준 (1900 ~ 1986)
             
1.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2. 더운 백사장에 밀려들오는 저녁 조수 위에 흰 새 뛸 적에
나는 멀리 산천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저녁 조수와 같은 내맘에 흰 새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떠돌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3. 서리 바람 부는 낙엽 동산속 꽃진 연당에서 금새 뛸적에
나는 깊이 물 속 굽어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꽃진 연당과 같은 내 맘에 금새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뛰놀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4. 소리 없이 오는 눈발 사이로 밤의 장안에서 가등 빛날때
나는 높이 성궁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밤의 장안과 같은 내 맘에 가등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빛날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가곡 '思友'(동무 생각)는 노산 이은상 선생의 시에 
작곡가 박태준 선생이 작곡한 정다운 우리 가곡입니다.
이 가곡이 작곡된 것은 1922년 어느날 밤 마산의 바닷가에서 였
습니다. 당시 작곡가 박태준과 노산 이은상은, 마산 창신학교에
서 각각 음악과 국어를 가르치는 동료 교사 사이였습니다.
뜻이 맞고 예술에 대한 이해를 같이하여 서로 절친히 지냈습니다.
둘이 합포만 바닷가를 거닐다가 박태준이 못다 이룬 사랑의 추억
을 곡으로 먼저 그리고, 이은상 선생이 그 러브스토리를 듣고 그
것에 맞는 가사를 뒤에 지어서 탄생한 이 노래는 널리 불려지고,
음악교과서에서 빠진 적이 없는 국민애창가곡입니다.

가사는 사계절의 고향 풍경을 4절에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서술했습니다. 철따라 새롭게 바뀌는 고향풍경을 영화로
 보듯이 차례로 그려 타향살이의 시름에 겨운 모든 이의 향수를
달래 줍니다. 노래는 보통 시가 먼저 씌여지고 그 시를 작곡가가
선택해서 작곡하는 것이 순서인데, 홍난파의 "봉선화"와 박태준
의 "사우"는 그 반대로 먼저 작곡이 된 셈이었습니다. 오늘 날의
임긍수 작곡가도 곡을 먼저 쓰고, (자신이) 가사를 뒤에 붙이는 
편으로 그중에 "사랑하는 마음"이란 인기가곡이 있습니다.

노산 이은상(鷺山 李殷相, 1903. 10. 22∼1982. 9. 18)은
시조와 민족의식 고취를 위해 진력한 우리나라의 시조 시인으로
호는 노산(鷺山)이며 필명은 남천(南川)입니다. 이화 여전 교수
를 지내고 8․15 광복이후 숙명 여대 이사장을 지냈습니다. 작품
으로는 시 "가고파, 성불사, 고향 생각, 봄처녀" 등과 시조집 <노
산 시조집>과, 저서로는 <이충무공 일대기>가 있습니다.
 
작곡가 박태준(朴泰俊, 1900. 11. 22 ~ 1986. 10. 20)은 대구
남성로에서 태어나 교회에서 서양음악에 일찍부터 눈떴습니다.
합창 지휘자이며 서울여전, 연세대에서 오래 교수를 지냈습니다.
작품으로 가곡 "미풍"(1922) "아,가을인가"(1939) "집생각"(1970),
동요 "가을밤"(1920) 등과 성가 "부활"(1935) 등이 있습니다.
현재도 애창되는 창작동요는 "가을밤"(윤복진 작사)·"고향하늘"
(윤복진 작사)·"누나야 보슬보슬 봄비 내린다"(윤복진 작사)·"등대"
(윤복진 작사)·"말 탄 놈도 꺼떡 소 탄 놈도 꺼떡"(윤복진 작사)·
"스무하루 밤"(윤복진 작사) "오빠 생각"(최순애 작사)·"종달새"
(윤복진 작사) 등이 있습니다. 박태준의 작품에는 친구 윤복진의
가사로 동요작품이 많았는데 윤복진의 월북으로 금지되어 오다가
1988년부터 해금조치되었습니다.

끝으로, 한 가지 여담을 덧붙인다면
가곡 "동무생각"의 무대 청라 언덕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하여
한동안 마산과 대구간에 서로 자기 고장에 있다고 다투었습니다.

대구 중구에 있는 東山병원을 뒤로 돌아가면 담쟁이로 뒤덮인 고
색창연한 서양식 붉은 벽돌집들이 나옵니다. 스위츠, 챔니스, 블
레어 등의 이름을 가진 선교사 주택들입니다. 여기가 바로 130여
년전 벽안(碧眼)의 선교사들이 계성학교, 신명학교, 제중원과 같
은 학교와 병원을 지어 선교활동을 하던 요람입니다. 그 아래에
는 선교사들의 무덤인 ‘은혜정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일대의
언덕을 담쟁이 담에서 따와서 ‘청라(靑蘿)언덕’이라 불렀습니다.

언덕 아래로 내려가면 ‘3-1만세운동길’이 나오고 곧장 ‘90계단’으
로 이어집니다. 길이 끝나면 신명학교, 계산성당, 상화고택, 제일
교회가 줄줄이 나옵니다. 이 언저리가 당시 대구의 근대 예술가
들에게 중요한 예술적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일찍이 시인 이상화
이장희, 소설가 현진건, 화가 이인성, 작곡가 박태준. 현제명 등
이 바로 여기서 예술의 혼을 불살랐습니다. 가히 1900년대 대구
의 ‘몽마르트르’ 언덕이라 부를 만한 곳입니다.

대구중구문화원에서 이곳 청라언덕에다 ‘동무생각’ 노래비를 세웠
습니다. 계성학교 시절 박태준은 신명학교에 다니던 여학생 유인경
을 사모하였으나 짝사랑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그 애틋한 첫 사랑
의 이야기를 들은 노산이 즉석에서 가사를 써 주었다는 그 곡이 바
로 ‘사우’(思友), 즉 ‘동무생각’입니다. 이 내용을 스토리텔링化하여
박태준의 러브 스토리가 오페라로 만들어져서 제10회 대구 국제오
페라축제에서 개막 작품으로 공연된 창작오페라 '청라언덕’이 바로
그것입니다. 최현묵이 대본을 쓰고, 김성재가 작곡을 했습니다.

사우는 춘하추동의 4(계)절의 가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우'의 1절은 대구측의 주장대로 그렇다 치고
2절 3절을 보면 무대가 노산 선생의 고향 마산을 드러내는 “더운
백사장에 밀려 드는 저녁 조수 위에" 와 같은 바다가 등장하는 등
생각할 여지가 넓어지고 있어 대구만 고집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노산 선생을 사랑하는 마산 사람들은 그
무대가 마산이 아닌 딴 지역 즉, 대구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는 시각입니다.

마산으로서는 작사자인 노산 시인의 태생지와 연관 지어 볼 때
그의 號 노산(鷺山)의 무대인 노비산(鷺飛山)의 작은 동산 언덕이
틀림없이 청라(靑蘿)언덕의 무대라고 주장합니다. 노산이 살던 마
산의 고향마을 뒷산이 노비산(제비산)입니다. 봄이면 쑥이 지천으
로 그 산을 덮습니다. 파란 쑥이 피어있는 그 산과 언덕을 노산은
‘청라언덕’이라 했고, 그 언덕을 그리워하며 노랫말에 붙였다는 것
입니다. 여기에도 근거가 있습니다.
 
푸를 靑은 같지만, 담쟁이넝쿨 蘿가 아니라 쑥 蘿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蘿’인데, 옥편을 보면 그 첫 뜻은 쑥으로 나옵니다. 담쟁이
넝쿨은 일곱번 째 뜻으로 나옵니다. 그러니 쑥 蘿가 설득력이 있습
니다. 마산에는 바다가 있고 백사장이 있으며 쑥이 지천으로 자라
는 제비산 자락에 청라언덕이라는 지명까지 실존하고 있어 청라언
덕의 실체는 마산임이 확연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딴 곳
에서 그 지명을 쓰면 꼭 도용당한 것 같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
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날의 지방자치제 시대에서는
지방주민들이 그 지방과 관련된 역사상의 인물이든 전설을 막론하
고 노랫말이든 문학작품이든 해당하는 지역에서 특별히 의미를 부
여하여 명승지든 뭐든 돋보이는 공간으로 꾸미려 나선다면 자유롭
게 허용하는 게 좋은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것은 문화콘텐츠
에 먼저 눈뜬 대구 사람들이 노산 선생의 노랫말 하나에도 깊은 의
미를 부여하여 저리도 명승지로 꾸미고 오페라까지 만들어 공연하
고 있다는데 점에 있어 무엇을 더 말 하랴 ! 싶어집니다.

이런 노래에 이런 논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사실을 밝히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만든 분들이 이 세상
에 없는 지금, 그게 쾌도난마처럼 가려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입니
다. 그곳이 대구면 어떻고, 마산이면 어떤가. 아니면 전국의 모든
나지막한 언덕을 다 ‘청라언덕’ 이라고 하면 어떤가. 그곳이 어디든
나름대로 독자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멋지게 가꿔 그 노래를 더욱 더
살려나가는 것이 더 좋을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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