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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칼럼
 

슈토팽과 신요

鄭宇東 0 1741
Schuthopin 과 申申夭夭

나의 고교시절 학생들은 다 <데칸쇼>나 <슈토팽>의 신자였습니다.
전자는 철학자인 데카르트, 임마누엘 칸트, 쇼펜하우어를 함께 지칭
하는 말이고 후자는 음악가인 슈베르트, 베토벤, 쇼팽을 함께 어울러
서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제국주의 일본의 정치적 압박과 경제적 침탈을 겨우 탈피할 즈음에
엎친데 겹친 격으로 한국동란의 피해와 폐허를 맞아 어려운 속에서
도 빵의 문제를 해결하는 현실감각에는 약하고 고고한 철학 학문과
탐미주의 예술의 세계를 추구하는 이상주의자들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다빈치, 미켈란젤로, 고호같은 화가를 믿는<다미고>
파도 있었고 아담 스미스, 말사스, 칼 맑스같은 경제학자에 구원을
구하는 <스말마>파 등도 있었습니다만 대세는 단연 <슈토팽>과
<데칸쇼>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얼마전 작곡가 윤교생 내마음의노래합창단의 지휘자께
슈토팽이라 불러서 좋다기에 그렇게 부르고 딴 사람들도 따라서
그를 부르는 애칭이 되었습니다. 슈베르트를 쏙 빼 닮은 용모와
둥근테 안경이 영낙없는 슈베르트이고, 악성 베토벤처럼 영웅적
불후의 명곡을 작곡하고, 피아노의 시인 쇼팽처럼 피아노 연주
도 잘하기를 바라는 나의 큰 바람을 담아서 이 애칭 Schuthopin
(슈토팽)을 그에게 바쳤습니다.

본래적으로 아호(雅號)나 애칭(愛稱)은
남이 그것도 스승이나 선배가 붙혀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나의 주위에 그런 분이 아니 계시기에
스스로 논어(論語)의 술이(述而) 제7장을 혼자 읽다가
"子之燕居에 申申如也 하시며 夭夭如也 러시다."
한 귀절이 크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공자께서 한가하게 계실때에는 하시는 말씀이 자상하고,
얼굴표정이 밝고 온화하셨다." 했는데 이 말
신신요요(申申夭夭)에서 두자 申夭를 따서 외람되게도 자신의
별명으로 삼았습니다. 출세를 위하여 무슨 대웅지를 품은 것은
더더구나 아니고 그저 사람들이 편안하게 다가와 이야기 붙일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풍모를 갖출려는 마음가짐입니다.

일반적으로 학문과 예술은
시간이 한가롭고 재물이 넉넉한 유한계급의 여유와 관조에서 생
긴다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빵문제가 먼저 해결된 후에야 학문
의 연구도, 예술의 향유도 가능한 것은 時의 고금은 물론 洋의 동
서를 가리지 않는 철칙이라 하여도 좋을 것입니다.
나는 근래에 들어와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며 건강을 보살피
면서 유유자적하게 황혼기의 삶을 즐기며 여유있게 천수를 다하
는 사람은 (이양천년:頤養天年) 멋있고 복있는 사람이라고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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