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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의 三壽三K

鄭宇東 0 1689
음악계의 三壽三K

우리 음악계에서 한세기 100년쯤 오래 장수하신
요석(樂石) 김성태(金聖泰, 1910.11.19 ~ 2012. 4. 21) 선생
백남(白南) 김연준(金連俊, 1914. 2. 20 ~ 2008. 1. 7) 선생
가고파옹 김동진(金東振, 1913. 3. 22 ~ 2009. 7. 31) 선생
이 세 분의 장수(長壽)를 기리는 말로 쓸 수 있겠습니다.

樂石은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나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 어려
서부터 교회의 서양음악을 접했습니다. 일본 도쿄고등음악원
을 졸업한 대표적인 1세대 작곡가이자 교육자로 한국적 정서
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세계를 확립해 창작음악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70여년간 음악인으로 살아왔고 왕성한 창작
과 다양한 음악활동으로 한국가곡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한송이 흰 백합화' '동심초' '꿈' '이별의 노래' '추억' '진달래꽃'
'사친' 등 가곡들을 작곡했으며 '새야 새야 파랑새야'(동요집·
1934) '조선민요곡집' (1946) '한국민요곡집'(1954) '화성법'
(1971) '김성태 가곡집'(1991) 등도 출간했습니다. '산유화'를
자신이 작곡한 가곡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꼽았습니
다. 1991년에 발간한 그의 가곡집을 낼 때도 산유화를 맨앞에
넣었습니다.


한양대의 설립자이자 가곡 '청산에 살리라' 의 작곡자인 백남
(白南) 김연준(金連俊) 전 한양학원 이사장은 2008년 1월 7일
숙환으로 94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1914년 2월 20일 함경북도 명천에서 태어난 김 전 이사장은
1939년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한 이후 교육사업만을 위해 매진
해 왔습니다. 그는 25세에 한양대의 전신인 동아공과학원을
설립했고, 이후 한양대 등 유치원에서 대학까지의 교육복합체
를 구성하고, 한양대 의료원 등을 설립, 운영하면서 평생의 열
정을 교육사업에 쏟았습니다. 그의 열정은 교육사업 외 수익사
업에도 남다른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또한 김 전 이사장은 음악가로서도 명성을 날렸습니다. 연희전
문학교시절 현제명교수를 사사한 뒤 바리톤 성악가로서도 활동
하며 '청산에 살리라', '비가', '시인의 죽음'등 가곡 1610곡과 다
수의 성가곡을 작곡하여 총 작품수가 3000여곡에 달하여 세계
최다 가곡작곡자로 기록되어 마땅합니다.

* 청산에 살리라 *
                    ㅡ 김연준 작사, 작곡 ㅡ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
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으리라
이 봄도 산허리엔 초록빛 물들었네
세상 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서 살리라
길고 긴 세월동안 온갖 세상 변하였어도
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 

독보적인 교육콘체른 한양학원과
대한일보와 유수한 기업군 한양그룹을 일구어낸
백남 김연준 선생은 그동안의 신고와 심고를 떨치고 바라던
청산으로 갔습니다.

1973년 초 윤필용사건에 쿠데타 자금 지원처로 연루되어
신문사의 수해의연금 유용혐의로 대한일보가 폐간되고
서대문구치소에서 옥고를 치루면서 종이도 몽당연필조차
없어 벽에다 손톱으로 위의 시를 쓰고 선율을 붙혀 수없이
되뇌이면서 마음을 달래던 노래가 바로 이 노래입니다.
3000여곡이 넘는 방대한 작품 중에서도 그의 대표작이 되
고, 이른바 그의 "백조의 노래"가 된 작품입니다.

(그리고 명가곡 비가(悲歌, Elege)도
선생의 좌절과 실의의 시절에
영문학자이며 시인인 신동춘 교수에게
가장 슬픈 노랫말을 주문하여 탄생한 노래입니다.) 

 
'낭만 가곡의 선구자' '최고의 다양성을 지닌 작곡가'로
평해진 가고파翁 김동진은 1913년 평안남도 안주 태생으로
목사인 아버지 슬하에서 일찌감치 서양음악을 접했습니다.
평양 숭실중학에 진학한 그는 화성학을 배우기도 전에 '봄이
오면'을 작곡하는 등 천재성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일본고등음악학교를 졸업하고 39년 만주 신경교향악단
에 입단해 제1바이올린 연주자 겸 작곡가로 활동했고. 45년
평양으로 돌아와 평양음악대학 교수가 되었지만 기독교 집안
이라는 이유로 그의 가족들이 감금되었고 '가고파' 역시 불리
지 못하게 되자 6·25 전쟁 때 월남했습니다.
서라벌예술대학과 경희대 음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진달래꽃' '못잊어' '초혼'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등을 작곡했
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영화주제가로 쓰였습니다. 그는 한
작품을 오랜기간에 걸쳐 작곡하는 습관으로도 유명합니다.
원래 가곡 '가고파'는 이은상의 10련의 연시조를 노산의 친구
였던 양주동선생에게 배우고 장장 10절의 가사를 가진 통절
(通節) 형식으로, 33년에 그 일부를작곡한 후 40년이 지난
73년에야 시 전체를 마저 작곡했습니다.

김동진옹이 가고파에 집착하는 까닭을 짐작컨데
김옹이 태어난 안주가 청천강변에 있어서 고향의 그리움에
연시조 가고파의 시상이 그대로 투사되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가고파의 전편이 실향인으로서의 노스탈쟈를 그렸
다면 그 후편은 실향인으로서 귀향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소망을 담고 있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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