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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악의 기본음과 황종률

鄭宇東 0 1753
邦樂의 기본음과 황종률

모든 음악연주에서 구심점이 되는 고정음을 하나 설정하여
높낮이 가 다른 수많은 음들 중에서 어느 한 특정음을 골라서
모든 연주활동의 기준점으로 삼는 것을 기본음 혹은 중심음이
라 하고 국악계(邦樂界)가 오랫동안 노력해온 표준음의 확정
문제입니다.

말하자면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지휘자가 무대에 등장하기 전
에 악장의 지시에 따라서 여러 악기들이 무질서하게 소리를
내며 튜닝을 하는데 이때 모든 악기들은 오보에가 불어주는
A(라)음을 기준으로 합니다. 바로 이 합주 과정의 A음과 같은
기능을 하는 특정음을 약정하는 것이 곧 기본음 혹은 표준음의
문제입니다.

우리 국악에서는 한 옥타브 내의 열두 음명을 각기
황종. 대려. 태주. 협종. 고선. 중려. 유빈. 임종. 이칙. 남려. 무
역. 응종이라고 하는데 열두 음의 기본인 黃鐘으로 중심음을 삼
아야 하겠지만 대부분의 합주에서는 임종음을 기준삼아 조률합
니다. 그러나 같은 체계인 동양에서도 나라와 민족에 따라 황종
음고가 다르고, 악기마다 음색이 다르고, 음역과 계보에 따라
편차가 생기고 소리의 고저와 강약, 장단에 따라 음악의 느낌이
또한 달라집니다.

그리고 黃鐘音을 내어주는 黃鐘管의 제작법은
도량형의 기준이 되므로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엣문헌에는 중국의 영륜(伶倫)이 대나무로 音之本인 황종을 만
들었다 했는데 조선조 때에는 황종의 특정한 음고를 낼 수 있는
황종관을 만들고, 그 대나무의 길이를 황종척이라 해서 길이의
척도로 삼았으며, 또한 그 죽관의 내부에 기장(或은 물)을 채우
고 거기에 채워진 기장(or 물)의 양과 무게를 기준으로 해서 각기
부피와 무게의 기본 단위로 삼았기때문에 황종의 높이나 넓이가
우리네 삶의 내용을 원천적으로 규정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세종의 치국경영 성과 중에서 가장 크게 평가되
는 것 중의 하나는 원칙과 표준의 설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종은 그 시대에 향후 마래를 이끌어 나갈 ‘조선의 스탠더드'
를 마련하기 위하여 국가적 인프라가 되는 것에서 출발해 국가
경영의 토대를 닦았습니다. 국가 통치의 표준인 법전의 정비,
음률의 표준인 황종률의 설정, 도량형의 표준인 황종척의 설정
등은 바로 과학기술 및 음악 분야의 위대한 치적의 예입니다.

위에서 살펴 본 것처럼 음악에서의 기본음 확정문제는
실용성과 음향학적 차원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적어도 우리의
문화사적인 맥락에서 그것은 한낱 특정음의 음계를 통계적인
수치로 확정한다는 의미 이상으로 한국적 음악의 본질과 그 
사상적 배경을 응축하고 상징하는 역사적 내포 개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관념적이고 철학적 의미를 짙게 띈 것
은비단 기본음 황종음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시대를 조금만 소급해 올라가면 동서를 막론하고 음악은 오늘
날처럼 하나의 오락물이거나 정서적 테두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는 훨씬 높고도 깊은 형이상학적 지평에 뿌리를
대고 있었습 니다. 선대의 우리의 음악관에서는 우선 소리의 
출발부터가 추상적이고 관념적이었습니다. 모든 소리는, 서양
에서 처럼 물체의 진동에서가 아닌 사람의 마음에서 빚어졌습
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고대에서
하늘의 별을 생각하고 만물의 시원을 천착하며 우주의 신비
를 풀어 보려던 음악의 위상은 세월과 더불어 추락하여 마침
내 오늘날에 와서는 인간의 문제, 그 중에서도 유독 감각의
문제, 감성의 문제로 극히 좁혀지고, 퇴락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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