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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세계의 기행

鄭宇東 0 1805
음악세계의 기행

이 글은 2014년 11월의 토요일마다 하여
서울시 서초구 서초구민회관에서 네 차례에 걸쳐 행해진
대한민국 예술원 沙虛 한명희 부원장의 인문학 강의를 청강
한 그 내용의 일부와 나의 소감의 일단을 피력한 글입니다.
한 선생은 서울대 음악대학에서 국악을 공부하고,
성균관대학에서 동양철학을 연구 철학박사 학위를 가졌고,
대한민국 국악원 원장을 지냈으며 또한 선생은 주지하다시
피 장일남선생이 작곡한 국민가곡 "비목(碑木)"의 작시자로
유명합니다.

동서고금의 音樂典論을 따라가는 탐구여행입니다.
옛날부터 우리 동양 문화권에서의
예악론(禮樂論)에서는" 지문무자(至文無字)라 하고
지악무성(至樂無聲)이라 하고, 老子도 대음희성(大音稀聲)"
이라 하였고 또 불가(佛家)에서는 이심전심법(以心傳心法),
선(禪)의 세계에서는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전통이 있습니다.
서양의 존 케이지(John Robert Cage, 1912~1992)는
피아노 앞에 앉아 4분 33초 동안 손도 까딱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 나와 동양 선철들의 고전음악철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무성의 지악"을 연주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莊子는 그의 제물편에서 삼라만상에는
즉, 하늘에는 天樂(천악:天籟[천뢰]라고도 함), 땅에는 地樂
(地籟), 사람에게 人樂(籟)등의 三才之樂이 있는데,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지만 구상
적인 것보다 무형적이고 심상적인 것을 중히 여겼습니다.
엄연한 사실로 존재하는 풍우나 벼락보다 별의 운행이나 계절
의 변환 등 질서와 조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사색해 온것
이 동양적 사고입니다.
우주와 하늘의 질서와 조화를 추구한 신비한 우주적 음악
자연과 자원에 대한 풍요로운 물산 세계를 추구하는 땅의 음악
인간의 조화로운 번영과 발전을 추구하는 사람의 인륜의 음악
으로 나타납니다.

1784년 5월 27일 모차르트는 시장에서 새 한 마리를 산 다음
가계부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바로 옆 페이지에는 이 새가 지
저귀는 노래를 듣고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G장조 K.453 피날
레 악장의 시작 부분이 적혀 있습니다. 새소리에 영감을 받은
작곡가는 모차르트뿐만 아닙니다. 자연의 소리를 음악에 담기
를 좋아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클레망 잔느캥에서 20세기의
올리비에 메시앙(1908~92)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곡가들이
새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여 왔습니다.

새소리는 자연의 소리 중 가장 듣기 좋은 소리 중 하나입니다.
여행의 자유가 없었던 중세인에게 새는 자유의 상징이었습니
다. 중세 교회음악을 집대성한 교황 그레고리오 1세에 대한
전설이 말해 주듯 새는 ‘조물주의 신성한 음악을 인간에게 계
시해 주는 영물’이었습니다. 새의지저귐을 ‘운다’고 한 우리
조상과는 달리 서양인들은 새소리를 ‘아름다운 한 편의 노래’
로 받아들였습니다.

미국 작곡가 월링포드 리거(1885~1961)와 프랑스 작곡가
메시앙의 취미는 새소리를 오선지에 채보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메시앙은 어렸을 때부터 새소리를 매우 좋아해 틈만 나
면 야외에 나가 새소리를 악보에 담았습니다. 프랑스 조류학
회 회원이기도 했던 그는 ‘새들의 심연’, ‘새의 박물지’, ‘이국
정취의 새들’, ‘새들의 아침 인사’ 등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메시앙의 스승 폴 뒤카는 평소 “새처럼 훌륭한 작곡 선생은
없다” 고 했습니다. 메시앙도 새를 가리켜 “지구상에 존재하
는 최고의 음악가” 라고 말했습니다. 그에게 새소리는 단순한
음악적 장식물이 아니라 음악적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그
는 ‘새의 박물지’를 숲속에 사는 모든 새들에게 헌정했습니다.

신세계교향곡을 작곡한 안톤 드볼작은 자연물은 아니지만
인공물인 기차의 기적소리에 강한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그
는  모든 기차의 발착시간을 환히 꿰어차고 학교의 강의시간
에도 기차의 착발을 기적소리로 체크하는 묘한 버릇이 있어
서 자기가 직접 확인하지 못하면 학생을 대신 기차정거장에
보내서라도 확인하곤 하였습니다.

작곡가는 백지상태에서 음악적 영감을 떠올리지 못합니다.
이들이 음악적 자양분을 섭취하는 것은 여행과 산책을 통해
서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새소리 벌소리등
자연의 소리를 담은 CD를 현대인들이 즐겨 찾는 이유는 모든
예술의 모태가 되는 자연의 품속을 더 없이 그리워하기 때문
일 것입니다.

아방가르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John Robert Cage, 1912~
1992)는 나치스를 피해온 망명작곡가 쇤베르그로부터 작곡
을 배우고 또 일본의 선(禪)을 연구한 결과로 4분 33초를 작
곡하였지만 이 작품이 미술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주장
도 있습니다. 친구 라우쉔버그(Robert Rauschenberg)가
빈 캔버스를 전시한 적이 있었는데 그 작품은 걸려 있는 곳의
조명 상태나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그림자 등에 의해 모습
이 바뀝니다. 이것이 존 케이지에게 주변의 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소리로 된 빈 캔버스’를 쓰게 만든 영감을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 존 케이지의 이전 작품에도 '침묵'은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는 라우셴버그 의 <흰색 회화>
가 '4분 33초'라는 작품을 제작할 '용기'를 주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빈 캔버스나 흰색 회화를 전시한 친구의 미술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빈 피아노의 음악 - 세상에서 가장 조용
한 연주곡을 작곡하였습니다.

<4분 33초>는 세 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고, 각 악장의 악보에
는 음표나 쉼표 없이 TACET(조용히)라는 악상만이 쓰여 있었
습니다. 악보에는 음악의 길이에 대한 지시가 따로 없습니다.
처음 연주했을 때에는 시간을 무작위로 결정하여 1악장을 33초,
2악장을 2분 40초, 3악장을 1분 20초씩 연주하였습니다. 이 작
품은 1952년 8월 29일 뉴욕주 우드스탁에서 David Tudor의 연
주로 초연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타이틀이 하필 4분 33초인 그 이유는 
작곡가 존 케이지 (John Cage)의 기발한 아이디어 때문입니다.
절대온도 영도(영하273.16도C)를 분단위로 환산하면 4분 33초
가 되는데 이는 절대영도에서는 음악- 예술가의 활동도 정지된
다는 놀라운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의 공연을 보고 " 이것은 선(禪)이다" 고 극찬한 평
론가가 있었다는 점과 이 첫 공연 이후로는 이 곡이 연주된 적이
없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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