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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새통의 어원

鄭宇東 0 4330
북새통의 어원

가끔 미디어 기사 등을 보면 '북새통을 이뤘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북새통"의 사전적 의미는
많은 사람이 야단스럽게 소란 부산을 떨며 북적이는 상황입니다.
이 북새통의 어원설에는
(1) 먼저 농악에서 북 종류들의 악기와 꽹과리나 징 같은 쇠로 만든 악기
    종류들이, 즉 북과 쇠악기가 뒤섞여서 만드는 정신없고 시끄러운 상태
    를 말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說과
(2) 길쌈에서 베를 짤때에 북에 씨줄 꼬투리인 꾸리실을 넣어 날줄사이를
    바쁘게 자주 들락거리면서 교직하는 부산한 모양새를 표현한다는 說과
(3) 광산에서 2차적으로 금을 골라내는 복대기통에서 작업할때에 겪는
    소란과 시끄러움에서 유래하였다는 說과
(4) 타작에서 짚복대기로부터 알곡을 골라내는 작업의 번잡과 부산한
    모양새를 표현한다는 說등이 있습니다.

광산(鑛山)의 현장에서 보는
복새는 '복사(覆沙'가 변한 말이며 복대기와 같은 말입니다. 
복대기는 광석을 빻아 금을 거의 골라낸 뒤에 남은 광석 가루입니다. 
복대기통, 복새통, 복대기탕은 같은 말로, 복대기를 삭혀 복대기금을 잡
는데 쓰는 큰 통입니다. 2차로 금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는 통입니다. 
이 복새통에 광석 알갱이를 넣어 흔들고 약품 처리를 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어수선하며, 그 소리 또한 매우 시끄러웠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복새통이고, 이 말이 변해서 북새통이 된것입니다. 

타작과 추수에 관련이 있다는 說에서는
우리들이 어렸을 적 화장실에서 짚북새기를 밑닥개로 사용했습니다.
신문지 조차도 없던 시절엔 지푸라기를 화장지 대용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신문지나 종이,거친 화장지-부드러운 화장지로 바뀌어온 겁니다.
짚북새기 전에는 아예 화장실 한쪽에 굵직한 새끼줄을 늘어뜨려놓고 볼
일은 본 후에 걸터앉아 왔다갔다 하였다고 합니다.

우리의 생활공간에 분명 짚북새기가 있었던 겁니다.
메마른 채 수북하게 쌓여있는 더미인 북석이가 북색이-북새기로 됐고
여기에 짚으로 된 북새기를 짚북새기라고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짚과 짚북새기에 차이가 있는 걸까요? 
짚은 볏단에서 알곡을 추수하고 남은 볏짚이고,북새기는 탈곡과정에서
생겨난,크고 작은 볏짚의 '파편'을 일컫습니다. 볏단을 타작기에 대면
알곡은 앞에 떨어지고 볏짚만 손에 남게 됩니다.

이 때 알곡과 함께 볏짚에서 부서져 나간 자잘한 지푸라기(북새기)들도
알곡주변에 쌓이게 됩니다. 타작이 1차로 끝나면 알곡은 가마니에 담고
짚북새기와 다소간의 알곡이 섞여있는 부분은 갈퀴로 긁어 한편에 모아
두었다가 여유가 생길 때 시골아낙들이 바람개비나 키를 이용해 나락과
짚북새기를 분리하여 알곡을 추립니다. 북새기 중에서도 먼지같이 잔것
들은 아주 멀리멀리 날아갑니다. 툇마루는 물론 부엌, 방안까지 깊숙이
깊숙이 날아듭니다. 한번 바람개비 작업을 할라치면 날리는 짚북새기들
이 집주위를 온통 덮습니다. 머리와 옷속까지 파고들어 난리통을 이룹니
다. 물론 타작하는 날에도 짚북새기들이 온통 집안을 뒤덮습니다. 짚북
새기의 까끌까끌함은 상상 이상입니다. 이렇게 온통 북새기가 날리는 형
상을 북새기통이라고 했습니다. 이 북새기통이 다시 북새통으로 축약돼
쓰인 것입니다.

우리 말에 북을 주다는 말이 있습니다. 흙으로 식물의 뿌리를 덮어주는
것입니다. 불룩하게 덮어주는 것입니다. 식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또는
감자나 고구마의 알이 잘 들도록하기 위해서 입니다.
북돋우다의 북과 같은 말인데 아마 이 말 역시 북석이의 북과 같은 뜻으
로 보입니다. 수북하다의 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상상의 나래
를 펴다보면 북적이다의 북이나, 불룩하다의 불이나, 배부르다의 부르
등등도 연관이 있어보입니다.

우리말의 상당 부분이 농경문화에서 비롯됐듯이 북새통 역시 농경문화
(타작)와 관련된 말로 판단됩니다. 근대의 산업문화와 현대의 기술문화
의 영향으로 우리말의 변화가 급속하고 대대적으로 일어날것이 예상됩
니다. '까분다''까불다"는 말이 알곡을 찧고 나서 키로 분다는데서 나왔
듯이 북새통같은 우리 말들이 한두 세대가 지나면 생뚱맞은 말들로 치
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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