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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은 창작의 힘-작곡가 임긍수 (내외뉴스)

똘또리 0 3728
상상력은 창작의 힘....
'강 건너 봄이 오듯’ 최고 명성

어느 자동차 TV 광고 중 배경 음악으로 ‘강 건너 봄이 오듯’이란 가곡이 흘어 나온다.
이곡의 작곡자 임긍수씨는 최근 성악가들이 연주한 크로스오버 음반‘안개꽃당신’을 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그대 창밖에서’는 임긍수씨의 처녀작으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강 건너 봄이 오듯’을 통해 최고의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테너 박인수씨가 부르며 유명해진‘그대 창밖에서’는 그가 은광여고 교사로 재직 시 시험시간에 감독을 하면서 따분함을 달래기 위해 쓴 곡이다. 어느 가곡집을 펼쳤는데 당시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대 창밖에서’라는 곡을 펴 놓고 멜로디를 새로 구성해 가며 쓴 작품이다. 처음엔 쉽게 테마를 잡아갔는데 쓰고 나니 그의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어느 성악가는 ‘그대 창밖에서’를 듣고 성악을 하기로 결심했고 여러 음악경연대회의 선택 지정곡으로 선정 될 정도로 파급효과가 컸다.

‘강 건너 봄이 오듯’은 92년 ‘KBS 신작가곡’위촉곡이다. 이때 테너 임정근 씨가 위촉받아 연주되었고 이어 여러 연주자들이 불러 점차 인기를 얻어 보급되어 가던 중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독창회와 앨범을 통해 부르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갔다. 이 곡의 테마를 침대 위에서 얻었다고 그는 말했다.
“마감시간이 정해져 있어 악상을 고민하던 중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곡을 썼다. 서서히 테마를 시작해 차츰 고조되어 최고 정점에 올라 사라지듯 마무리되는 작법을 사용했다. 한 모티브씩 상승시키면서 자연풍광과 봄의 정취, 뗏목의 움직임, 임에 대한 그리움을 선율로 그려 냈다. 누군가 아름다운 선율을 어떻게 만들어 내냐고 물으면 할 말이 별로 없다. 배우고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감성이 풍부한 그는 가곡‘초혼’, ‘연가’를 작곡하면서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고 고백했다.
충남 천안의 ‘병천’이라는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작곡가 임긍수 씨는 동네 방앗간을 운영하는 부농의 아들로 태어나 수줍고 내성적인 소년으로 자랐다. 그는 시냇물소리, 소나무에 바람 스치는 소리를 듣고 자연을 벗 삼아 비교적 여유롭고 행복한 유년기를 거쳐 청소년시절을 보냈다.
악기라곤 없는 벽촌산간이었지만 집에 있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즐겨 들어서 그의 숨겨진 음악적 감수성을 끌어낼 수 있었다. 라디오에서 청취한 음악 중 모차르트 콘체르토 2악장을 듣고 그는 크게 감명을 받아 주선율을 악보에 옮겨 적기도 했다.

그의 성품 때문에 집밖에 나가 노는 것 보다는 실내에서 공부하고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는 게 주로 하는 일과였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그는 악보를 읽고 음악을 악보에 옮겨 적는 능력을 타고났다. 산 넘고 물 건너 40 여분 걸리는 등교 길에도 발걸음에 박자를 맞춰 흥얼거리며 선율을 만들어 불렀던 작곡가 임긍수 씨. 발걸음에 맞춰 빠르게 부르기도 하고 느리게 부르기도 했다.

그는 작품을 통해 ‘나를 나타내고 나만의 우주가 있다’고 말한다.
“작곡은 누구와도 타협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음표가 하나씩 결합해 테마를 만든다. 그 테마를 발전해 음악을 이뤄가면서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는 힘을 발휘한다. 작곡자는 이런 중요한 위치에 놓인 사람이기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
작곡가 임긍수는 금세기 최고 뮤지컬 ‘캣츠’, ‘오페라의 유령’의 작곡자‘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비견할 만한 한국의 크로스오버 노래작곡가다. 그 역시 오페라와 뮤지컬을 무려 4작품이나 썼다.
그는 “한국의 창작환경이 영국처럼 좋은 여건이 형성되어 있다면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좋은 작품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명예가 주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기본적으로 최상의 작품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최고의 걸작은 아닌 점도 있다. 부분적인 아쉬움도 있다. 나라면 이렇게 쓸 텐데. 내 작품이 그의 작품만 못하지 않고 그의 작품이 내 작품만 못하지도 않다.”

그는 서정가곡 뿐만 아니라 생활 속에 우러나오는 노랫말에 곡에 붙이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들은 삶에 깊숙이 파고드는 가사를 써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이런 음악은 나 역시 작곡하기에 더욱 부담이 없게 하고 즐겁게 작곡할 수 있게 해준다. 소년시절 때부터 팝송을 즐겨 듣고 불러 모르는 팝송이 없을 정도였다. 생활 속 가곡은 팝송과 밀접하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새로운 창작영역이다. 최근 발매한 ‘안개꽃 당신’은 크로스오버 음반으로 사람들의 정서와 직결되어 음악도 쉽고 가사 표현도 직접적이다.”

그의 창작의 모티브는 어디서 어떻게 얻는 걸까 궁금했다. 그는 상상력이라고 대답한다.

“누구는 작곡하려면 산과 강 바다 등 자연 속에 머물며 악상을 얻느냐고 하는데 사실상 현실적 여건이 그리 녹록치 않다. 시간에 쫓겨 마감기일을 맞춰야 하기에 산과 들을 쫒아 다닐 수 없다. 내 나름대로 도서관, 방, 사무실에서 테마를 가지고 감정 몰입을 하며 상상을 한다. 산속에 들어와 있는 상상하면 산속이 되는 것이고 해변을 바라보는 상상을 하면 해변이 된다. 눈을 감으면 모든 세계가 다 보이고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간다. 작곡의 거의 모든 것은 상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창작의 에너지를 얻는 비결에 대해 그는 ‘자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연 환경의 아름다운 동물식물과 생태계, 천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방송 중에 ‘동물의 왕국’,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을 즐겨본다. 거기서 음악적 에너지와 힌트를 얻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여행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하와이 유럽 등지와 알래스카, 록키산맥까지 여행해 왔다.

여행하면서 어떤 악상이 떠오를지 몰라 늘 오선지와 연필을 가지고 다니는 임긍수 씨는“테마를 스케치하고 음악을 전개 발전시키는 힌트는 우주와 자연에서 오는 영감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의 재능의 원천은 무엇일까. 바로 어려서부터 가진 천부적 잠재력, 자연이 주는 에너지, 풍요로운 가정환경이라 말할 수 있겠다.

임긍수 씨는 유명한 시인들의 작품에 곡을 붙이는 시도를 즐긴다.
“작곡가는 좋은 시를 발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좋은 시를 찾으려고 무척 애를 쓴다. 그러나 시가 좋아도 노랫말이 적절치 않은 경우가 있다. 시어, 정서, 시대성, 작곡자의 편향에 따라 좋은 시지만 곡을 붙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좋은 시가 있으면 얼마든지 곡을 붙이고 싶다. 죽을 때 까지 작곡을 할 것이다. 작곡은 정년이 없다. 창작적인 머리와 정신력만 있으면 가능하다. 좋은 시를 찾아서 말이다”

한국가곡이 더욱 발전하고 애호가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 그는‘공교육의 음악수업 정상화’를 지적한다.

“요즘 신작 가곡의 수가 많이 늘고 작곡량도 많아졌다. 전국적으로 가곡 동호회가 많이 생겨 나 여러 작품이 불려지기도 하고 알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 만족할게 아니다. 요즘 방송이 인기위주의 대중음악에만 치중해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 외국은 인기와 상관없이 먼저 앞서서 클래식 음악을 장려해 방영한다. 반면 독일 방송은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을 흘려보낸다. 독일국민들은 음악이 몸에 배어 있다. 그들의 학과 수업도 하루 중 음악수업이 없는 날이 없을 정도다. 또한 동네마다 합창단과 악단이 있어 연주활동이 활발하다. 유료 음악회마다 객석이 꽉 차 있는데 우리는 돈 내고 가지도 않고 지루하다고 모른다고 관심이 없고 어렵다고 음악회에 가지 않는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일주일에 음악수업이 3시간이었는데 지금은 학교수업시간에 음악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이다. 우리 정서가 담긴 숭고한 가곡을 부를 만한 기회조차 없게 됐다. 가곡은 청소년들 정서에 매우 좋다. 어려서부터 그런 문화를 경험하도록 제도권 공교육에서 음악과목을 살려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정서가 너무 메말라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있고 분열의 시대 속에서 우리는 고독하고 삭막해져 있다. 아름다운 음악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순화하지만 나쁜 음악은 폭력적이며 우울하게 하고 마음을 거칠게 만든다.”

                                                                                                  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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