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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계 거목 오현명씨 별세… 회고록 ‘다시 부르고 싶은 노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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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가장 뜨겁고 절실하게 내 영혼을 불사르며 노래를 부르고 싶은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입니다."

24일 8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한국 성악계의 거목 오현명 한양대 음대 명예교수는 숨이 멎는 순간까지 노래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놓지 않았다.

25일 출간된 고인의 회고록 '다시 부르고 싶은 노래'에서 그는 "내 잠자는 머리맡에는 지금도 스스로 그려 작성한 악보가 놓여 있다. 2007년 4월10일 작성한 10여곡의 악보다. 건강이 회복되면 독창회를 하겠다는 희망으로 '성가(聖歌)의 밤'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다"며 무대에 설 준비를 하고 있었음을 밝혔다.

하지만 "그런데 그때의 희망은 그 사이에 '점점 여리게'(디미누엔도) 일변도의 재미없는 진행을 해왔다"며 "무엇보다 섭섭한 것은 더는 노래를 부를 기회가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과 나에게 후한 대접을 해주신 그 모든 고마운 분들을 두고두고 대하며 살고 싶은 욕심을 낼 수 없다는 점"이라고 해 건강 때문에 무대에 서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그러나 다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욕구는 꺼질 줄 모른다"며 불굴의 의지를 드러냈다. 책은 지난 2월부터 3개월가량 고인이 직접 구술한 내용을 세일음악문화재단이 정리한 것으로, 그가 마지막까지 무대에 서고 싶어했던 간절한 소망을 보여준다.

이 밖에 책에는 60년대부터 가곡으로만 독창회를 열게 된 계기, 부르고 싶은 노래를 직접 악보로 그려 항상 머리맡에 놓고 있는 사연 등 가곡에 얽힌 흥미로운 뒷이야기와 고인의 인생사가 사진과 함께 500쪽 분량으로 실려 있다.

덕수교회 집사이기도 한 그는 당당한 풍채에서 나오는 묵직한 바리톤 베이스의 저음, 백발의 곱슬머리, 넉넉한 웃음으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아 왔으며 변훈의 '명태'를 비롯해 해학적 정서를 지닌 한국 가곡을 잘 불러 우리 가곡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족으로는 아들 영인(오페라 연출가) 영석(사업) 영진(성악가), 딸 순방(주부)씨 등 3남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행당동 한양대병원, 발인은 27일 오전 8시, 장지는 강원도 춘천시 경춘공원묘원(02-2290-9442).

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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