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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한국가곡해설 10 <사랑> 이은상 작시 홍난파 작곡

고진숙 2 6989
은유법으로 일관한 격조 높은 시조 가사

사랑을 주제로 한 가곡은 많지만 ,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랜 가곡,최신곡 구별 없이 '사랑'을 곡목으로 한 가곡을 살펴보니 홍난파의<사랑> 외에 2,3개가 더 있을 뿐임을 알게 된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노산의 시문이 뛰어남을 새삼스레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 <사랑>은 흔한 표현 방식을 지양하고 독특한 착상으로 사랑을 그려 내고 있다.

1,2절 전체를 통하여 단 하 번의 '사랑'이란 용어의 사용 없이 사랑은 어떠해야 함을 읽는 이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간접적인 표현 방법 즉 은유법(隱喩法)으로 일관한 격조 높은 시를 창출해 내고 있다.
홍난파는 이 예술성 높은 가사(원래는 시조)의 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유의한 듯 시어 하나하나에 작곡의 정공법으로 접근하면서 가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반주부는 단순 처리를 하면서도 가사에 못지 않는 격을 지켜 나간다.

이 곡에서도 홍난파가 즐겨 쓰는 짧은 간주를 애용했다.
짧은 간주의 설정은 그의 다른 곡들, 이를테면 <옛동산에 올라> <그리움> 에서도 보는 바와 같이 3장으로 된 시조 형식에 맞추어 작곡하려는 데에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짧은 간주는 클라이맥스를 위하여, 또는 밀도 높은 클라이맥스로의 유도의 효과를 고려한 하나의 테크닉으로 볼 수도 있다.

이 곡에서도 맞춤법에 관한 것을 간과할 수 없기에 지적을 하면
2절에서
"...아예 타지 말으시오"가 맞춤법상 아무렇지 않게 악보에도 적혀 있고, 노래도 이대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가곡이라 해서 맞춤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특권을 가질 수는 없다.

《ㄹ변칙 용언에 관하여》
“말으시오”의 으뜸말은 “말다”이다.  이때 ‘말’을 어간이라 하고 ‘다’를 어미라 하는데, ‘말’이 높임을 나타내는 보조 어간 “시오”의 ‘시’와 연결될 때 “말시오” 하면 틀린다는 것은 어감상 자명한 일이지만 “말으시오” 하면 틀린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냥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정답을 먼저 말하면 “마시오”라고 해야 옳다. 이렇게 어간 ‘말’의 끝소리, 즉 종성(終聲)의 ㄹ이 탈락하는 현상을 「ㄹ변칙」이라 한다.
따라서 2절에서는 “아예 타지-마-시오”라고 불러야 옳다.
2 Comments
鄭宇東 2009.03.09 12:45  
고진숙 선생님께서 지적해 주신 사항에 덧붙이면
제2절 가사의 표기상의 문제점과 연주자의 발음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 차라리 아니 타고 생낙으로 있으시오 ------ 는

표기상으로는
----- 차라리 아니 타고 생남ㄱ으로 있으시오 ------ 로 적거나

현대적 표기로는
----- 생남ㄱ으로 ==> 생 나무로 ----- 로 고쳐 적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음상으로는
----- 차라리 아니 타고 생남그로 있으시오 -------로 노래 불러야 할 것입니다.
.
고진숙 2009.03.10 00:57  
정우동님이 유익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당시 유일한 음악출판사인 국민음악연구회(대표 이강염)에서 1950년 중반에 초판으로 나온 《韓國歌曲百曲集》과 이의 재판으로 나온 1969년판, 1973년판(이것은 현재 내가 소유한 것일 뿐 연도가 다른 판이 더 있다고 여겨집니다 )에는 이 <사랑>은 수록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이 책의 차례는, 작곡가 성명의 가나다순으로 편집되어 있어서 홍난파는 제일 뒤에 실려 있습니다.
홍난파의 곡목들을 적어 보면, <봄처녀> <옛 동산에 올라> <금강에 살으리랏다> <성불사의 밤> <봉숭아> <장안사> 등입니다.

그러던 것이 같은 출판사인 국민음악연구회에서 《韓國歌曲150曲集》을 내면서 홍난파의 낡고 얇은 책자(곡집?)를 입수하여 거기에 수록된 <사랑> <그리움>을 발굴하여,  여기서 '발굴'이라 쓰는 이유는 이때 그 곡을 150곡집에 싣지 않았다면 잊혀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당시 국민음악연구회는 클라식만을 다루는 출판사로, 대중 음악을 통틀어 유일한 음악출판사였습니다.
이 150곡집에는 홍나파의 것은 새로 발굴된 <그리움> <사랑> 두 곡뿐입니다.
<사랑>의 가사를 옮겨 보면,

1. 탈대로-다-타-시오    타다 말진 부디 마소
  타-고-마-시-라서-  재될법-은-하거니와
            (간주)
  타다가-남은 동-강은-  쓰을 곳--이없느니다

2. 반타고-꺼-질-진대-    애제타-지말으시오-╾
  차라리 아-니-타고      생낙으-로-잊으시오-
            (간주)
  탈진댄-재그것-조차-  마자 탐--이 옳으니다

이 무렵 이 곡의 가사 그대로 성악가들이  여러 명이 LP 레코드 취입(지금은 녹음이라 하지만)을 했습니다. ‘내 마음의 노래’에서도 옛날에 녹음한 가곡에서는 이런 가사의 곡을 들을 수있을 것입니다.
가사 중에 가장 문제가 컸던 것은
        “생낙으로 잊으시오” 와 “타고 마시라서”였습니다.
내가 잠시 모 음악출판사의 클라식(미식 발음으로 클래식) 책임을 맡고 있을 때에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 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앞뒤 가사로 보아서 바로잡아 주었습니다.
노산은 옛말을 가끔 썼습니다.

나는 이 출판사에서 1983년 《애창명가명곡집》을 기획하고 선곡을 하면서 <사랑>을 비롯한 여러 곡의 잘못된 가사를 바로 고쳐서 출판했습니다.
<사랑>의 주요 부분을 적어 보면,
* 생낙으로 잊으시오→생나무로 있으시오(이때는 식자였기 때문에 ‘미음,기역 받침’이 가능해서 그것으로 했다가 재판 때에 ‘생나무’ 현대말로 고쳤습니다)
* 타고 마시라서→타고 다시 타서
애제→ 아예, 말으시오→ 마-시오
* 쓰을 곳이→ 쓸-곳이  등등입니다.
지금과 같이 바로 부르게 된 것은 이런 과정을 겪은 다음부터 그러니까 1983년 <애창명가명곡집>이 나오면서부터 다른 출판사들도 고쳐서 출판을 해서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 정우동님의 의견에 대하여
의견은 모두 옳습니다. 지금 책들은 거의 현대말로 고쳐져 있습니다.

<사랑>의 해설은 이미 고쳐져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해설을 한 것입니더,
다만 다른 여러 곡에서도 잘못된 발음을 버릇처럼 노래하는 것, 즉 ‘ㄹ 변칙용언’을 바르게 발음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그것만 언급한 것입니다.

지금 ‘남그로’라고 원시조의 글을 좇아 발음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서점에 나와 있는 책들은 다 ‘생나무로’라고 되어 있으니까요..
원작 시인의 것이라도 편하게 현대말로 바꾸어 불렀다고 해서 작가에게 누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