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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곡해설 4 <왕십리> 김소월 작시 김연준 작곡

고진숙 0 4746
한국 선율에의 강렬한 염원 <왕십리>


작곡가 김연준은 지금부터 2주일 전 새해 들자마자 세상을 떠났다(2007년 1월 7일). 작곡자의 명복을 빌면서 그의 명가곡 여럿 있는 중에서 이 곡을 집어들었다.

작곡자가 한양대 음대 학장 겸 한양대학교 총장으로 재임할 때 작곡자와 필자는 가곡 창작의 인연을 맺었다. 연세가  60대 초반이어서 비대한 편이었으나 건강이 좋았다. 시와 곡의 만남에 있어 문제 되는 점이 있으면 그의 집무실(한양대병원 22층)에서 의논하곤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가곡이 약 7,80편이 된다.

이 때는 cd의 출현이 일천한 때라 SP는 지나갔지만 아직 LP가 주된 녹음이었으며 따라서 지금처럼 쉽게 되는 게 아니라 몇 손가락에 꼽는 레코드 회사에서만 녹음이 가능했기 때문에 대부분이 아직도 책에만 수록되고 레코드화하지 않은 곡이 3천 곡이 넘는다.

그가 일찍이 학생 시절부터 음악 할동을 한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연희전문 시절에 현제명 교수의 지휘하에 합창반에서(당시에는 음악과가 전국에 한 곳도 없었다) 단원으로, 또 학생 시절 고향에서 이미 바리톤 독창회를 가진 것이 사진으로 또 그 때의 프로그램이 현재까지 보존되어 있어 그의 활동 이력을 알게 해 주고 있다.

이 곡을 만들게 된 때는 고희(古稀)를 바라보던 때인데, 자신의 독특한 음악 세계 안에서 서정적 한국 선율을 형상화하고자 하는 강렬한 염원 아래 이 시에 정면 대결을 벌였던 것 같다.

또한 스스로 설립한 한양 학원이 바로 왕십리에 위치하고 있음에 대한 감회도 저윽이 작용한 듯하다.
왜냐 하면 대개가 신작시를 시인들에게 청탁하여 작곡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소월의 시 <왕십리>를 집어든 것을 미루어 보아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작곡자의 말에 따르면 어느 비 오는 날, 학교로 향하는 찻속에서 평소 즐겨 애송하던 소월의 시집에서 <왕십리>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고 한다. 즉시 소중하게 지니고 다녔던 오선지 위에

"비가 온다 오누나..."

의 처음 싯귀를 따라 멜로디로 옮기기 시작했다. 집무실에 이르러 다른 업무를 다 미루고 메모한 선율을 정리하여 짧은 시간에 이 곡을 이루어 놓았다.

잔잔한 물결처럼 시작되는 이 노래는 듣는 이로 하여금 작곡자의 순수한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곡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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