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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김희조의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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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김희조씨는 우리나라 음악계에서는 좀 특이한 존재이다.
그는 많은 우리민요를 채보.편곡했고 음악의 생활화를 부르짖어 대중을 향해 지휘봉을 휘두른다.
그는 방송을 위해, 합창을 위해 레코딩을 위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곡과 민요를 편곡하고 오케스트레이션을 했다. 그는 군대 막사에서 작품을 만들었고 방송국 일터에서, 대학의 연구실에서 작곡을 하고 편곡을 한다.
음악은 그에게 있어서는 밥을 먹고 일터에 나가고 잠을 자고 하는 일상생활의 일부에 불과하며 그의 일상생활의 반영이 곧 음악인 것이다.
그는 연금술사적인 신비성이나 상아탑의 비대중성을 공격한다. 말하자면 그는 실천파 예술가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가 아니면 그의 음악이나 인간을 이해하기 힘든다.

가곡'그리움'의 탄생 과정은 그의 이러한 음악 활동의 좋은 보기라 할 수 있다.
이 가곡은 김씨가 경희대학교 작곡과 주임교수로 있으면서 KBS의 스몰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던 1957년 봄에 작곡되었다. 당시, 김씨는 KBS의 라디오 소설의 시그널 뮤직 작곡을 의뢰 받았다. 가사는 시인이며 음악 PD였던 이호로씨가 만들었다.
이렇게 이 가곡은 아주 상업적인 상황속에서 작곡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작곡된 음악 '그리워'는 불합격 판정이 내려졌다.
가사가 너무 길어 노래가 4분이나 되어 방송 시그널 뮤직으로는 부적당하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으나 주변에서는 시그널 뮤직으로 사용하기에는 곡이 너무 좋아 그랬을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작곡가는 이 가곡에 대해, 초창기 우리 가곡이 찬송가적이고 동요적이었다면 요즘 가곡은 너무 어려워 음악을 듣는 일반은 물론 연주자들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리움]은 그 중간을 택한 거라고 한다. 이 가곡은 이태리의 오페라 아리아를 연상시키는 힘을 다지고 감동을 준다.

"아무데서나 작곡 한다지만 이 가곡은 내 서재에서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다른 일에 바빠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가 방송국의 독촉 때문에 이틀만에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좋은 곡이 안되었지요." 하고 그는 겸손해 하는데 일 속에 파묻혀 한시도 머리를 식히지 못하는 긴장된 생활 속에서 그의 음악은 꽃을 피우는 것 같다.
오케스트라 편곡자이며 지휘자이지 작곡가가 아니라고 잘라 말하는 김씨는 방송국에서 편곡.지휘 생활을 14년간이나 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음악을 생각한다.

"나의 작품세계가 생활과 밀접해 있기 때문에 나는 낭만적인 곡을 작곡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서슴치 않고 말하는 그는 째즈를 예술음악으로 승화시킨 최초의 작곡가인 죠지가시윈의 업적을 염두에 두고 있는것 같다.
사실 그의 민속적 뮤지컬 작품인 [대춘향전].[종이여 울려라]등은 가시윈의 [파리의 미국인].[보기와 베스]등을 추적한 작품들이라 볼 수 있다.
그는 그의 작품 활동 방향을 대중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순수 음악의 창작을 모토로 우리 고유의 민속음악을 연구.채보.편곡한 스타일의 작품을 쓰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육군 본부 군악대장으로도 꽤 오래 근무했다. 1952년 후퇴해서 육군 군악대장으로 대구에 있을 때 민요채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때 레코딩 되어 있는 [가야금산조]를 채보했는데 그 리듬은 양악의 그것과는 문제가 안될 정도로 현대적인 복합리듬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민요는 평균율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채보하는 사람에 따라 악보가 다 다를 만큼 복잡하다는 것인데 그는 이까다로운 작업에 지금도 정열을 쏟고 있다.
"우리민요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한 선율과 장단의 기본을 모르고서는 채보가 불가능합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고전음악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김씨는 1920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육군 본부 군악대장. 시향 부지휘자, 경희대 작곡과 주임교수, 예그린악단 음악부장을 거쳐 시립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작품은 많은 민요편곡과 오케스트레이션 외에도 뮤지컬 [대춘향전].[종이여 울려라] 등이 있고 가곡은[그리움]외에 [들국화].[오솔길] 등 널리 알려진 곡들이 많다.
그리고 교성곡 [조국에 바라는 노래(이은상 시)],[현악4중주를 위한 산조]등이 있다. 지휘봉을 쥐면 날카롭지만 평소에는 가식을 싫어하는 곧고 활달한 성격의 예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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