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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우리얼 담긴 노래가 진정한 한국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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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2005-08-24  - 굿모닝 이사람

“‘가고파’ ‘그리운 금강산’이요? 해외 무대에서는 당연히 안 부르는 곡이지요. 서양인에겐 한국 가곡이 아니라 서양 음악에 가사만 한국어일 뿐인 서양 음악의 아류쯤 될 테니까요. 우리의 음악 언어로 한국인의 얼을 잘 표현해야 한국 가곡이라 할 수 있죠. 서양 가곡 형식을 빌려 쓰되 화성, 선율, 리듬 등 음악적 언어도 우리 것인 진정한 한국 가곡의 멋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합니다.”

최근 독일과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 한국 가곡을 알리는 음악회를 마치고 귀국한 바리톤 남의천(56) 전남대 교수. 남 교수가 미국과 유럽 등 여러 나라를 돌며 크고 작은 음악회에서 우리 가곡을 불러 세계에 한국 가곡을 알리는 작업에 누구보다 남다른 노력을 쏟아붓게 된 것은 그가 미국 뉴욕주립대 교환교수로 가있던 1989년의 경험 때문. 한국에서 왔으니 한국 음악을 소개해 보라는 교수들의 말에 음대 교수와 학생을 대상으로 그는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곡이라 일컬어지는 곡들을 부르고 나니 노래를 듣던 한 교수가 손을 들고 “이 노래가 당신 조상이 불러온 노래가 맞는가. 언제부터 이런 음악을 한국에서 썼는가”라며 따져 물었다고 한다.

“그 외국인 교수가 당신들만의 한국 음악을 들려달라고 하더라고요.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내가 부른 노래가 화성, 선율, 리듬은 모두 서양 것이고 노랫말만 한국 것이라는 거예요.”
남 교수는 마지막 곡으로 몽금포타령을 불렀고 교수진과 학생들은 열광했다. 그때를 계기로 그는 한국적인 가곡이 무엇인지 절박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92년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우리 가곡을 연구하는 모임인 ‘우리 가곡 연구회’를 결성해 전통 가락에 살아있는 장단을 우리 가곡에 되살리는 작업에 열중했다. 그러던 중 2000년 그는 독일 연주회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된다.

“독일이니 독일 가곡을 불렀죠. 그러다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농부가’를 불렀는데 청중들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어요.

이때부터 용기가 나서 그 다음 음악회부터는 서양 노래로 프로그램을 짜도 한 섹션 정도는 무조건 한국 가곡을 넣었죠.”
한국 전통 타령조의 민요를 편곡한 곡을 선보인 동양인에게 평론가는 물론 방송 신문 등 언론 매체는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공연실황과 그의 인터뷰를 섞은 2시간 30분 분량의 방송이 전파를 탔을 정도. 그 이후 남 교수는 공연 프로그램에서 한국 가곡 비중을 점차 높여 급기야는 외국곡 없이 한국 가곡만으로 공연하기에 이르렀다. 2002년부터는 그가 만든 한국 가곡 국제협회 소속 음악가들과 함께 우리 가곡을 외국에 소개하는 공연(SORI Meets the World)을 하고 있다. 올 12월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 공연에 이어 내년에 유럽 언론이 주관하는 런던·파리·베를린·프랑크푸르트 공연 요청까지 받아들인 그는 요즘 국내는 물론 국외 음악가들의 스케줄까지 일일이 챙기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독자적인 우리 음악 언어로 이루어진 우리 가곡은 강한 인상과 진한 감동을 줍니다. 100% 한국 가곡이라 말할 수 있는 곡이 많지는 않지만 자꾸 끄집어내야죠. 조만간 작곡가들과 전통적 소재를 현대화하는 공동작업을 꾸준히 벌여 한국적인 가곡만 엮어 해외 음대 도서관 자료실에 보낼 계획입니다.”

글·사진=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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