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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지치 '한국의 사계' : 아직도 먼 '한국 가곡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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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의 '사계'로 유명한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가 최근 녹음한 한국가곡 앨범 '한국의 사계'는 한국가곡의 세계화인가, 아니면 단순히 국내 음반시장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인가.

지금까지 한국가곡을 녹음한 세계적인 연주자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줄리언 로이드 웨버,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 등. 새 앨범에 '그리운 금강산''보리밭''청산에 살리라' 등 귀에 친숙한 한국가곡을 곁들이면서 내한공연에서 앙코르 곡으로 연주했다.

하지만 앨범 전체를 한국가곡 12곡으로 꾸민 것은 이 무지치가 처음이다. 이 음반은 MBC와 아카디아가 공동 제작해 국내 시판용으로 제작한 음반이라는 점에서 국내 음악팬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에 무게가 실린 것 같다. 봄·여름·가을·겨울에 어울리는 한국가곡을 3곡씩 고른 다음 이를 현악 앙상블로 편곡했다. 김한기·정예경·최영섭 등 3명이 나눠 맡은 편곡은 화려한 음색을 덜어내고 음악의 깊이를 추구하는 현악 앙상블의 세련된 맛을 느끼기엔 미흡하다. 작곡자가 직접 편곡한 '그리운 금강산'은 소프라노 이윤아의 구음(口音)을 곁들여 여전히 노래 반주같은 느낌을 준다. 이 무지치의 악기 편성에 없는 인성(人聲)과 피아노를 곁들인 편곡도 있다.

편곡이야 갈고 닦으면 나아지겠지만 가사 없이 기악곡으로 편곡한다고 한국가곡의 세계화가 이루어질까. 한국가곡 편곡 음반이 국내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만 봐도 다소 힘들 것 같다. 지금까지 한국가곡 음반이 외국 시장에 진출한 경우는 최근 EMI에서 발매한 소프라노 홍혜경씨의 '한국의 노래'가 유일하다. 음반 계약을 할 때 한국가곡 녹음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한국 가곡의 세계화에 앞서 재외동포 교육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기악 편곡과 더불어 한글 가사의 외국어 번역 및 발음 표기 작업이 급선무다.

2004년 01월 07일  [중앙일보]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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