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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시, 친일 예술가 기념물 '선구자비'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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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단 : 마산음악관 공원에 있던 '선구자비'가 철거된 곳에 흔적이 남아 있다. 뒤로 보이는 건물이 이전 우여곡절 끝에 이름이 바뀐 마산음악관.

▲ 하단 : 또다른 선구자비 마산역 앞 화단에 있는 '선구자 노래비'. 
 
ⓒ2004 오마이뉴스 윤성효

[속보, 사회] 2004년 01월 07일 (수) 17:12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최근 경남 마산시가 마산음악관 공원 내에 있던 친일 작사가 윤해영과 작곡가 조두남의 이름이 새겨진 '선구자비'를 자진 철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충북 청주에서 친일파 정춘수의 동상을 건립했다가 시민단체에 의해 강제로 철거되는 사례는 있었지만, 자치단체가 스스로 철거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선구자비는 마산음악관 공원의 입구 쪽 정자 아래에 높이 2미터 크기로 세워져 있었다. 지역에서는 친일혐의가 드러난 예술가의 이름을 새긴 비석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높았다.


<철거 과정>

마산시는 국비와 시비를 들여 작곡가 조두남(1912~1984)을 기리기 위해 '조두남 기념관'을 만들었다가 조두남 친일논란에 휘말렸다. 이 논란은 결국 마산시 시민위원회에서 기념관 명칭을 바꾸기로 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는데, 그래서 탄생한 것이 '마산음악관'이다.

그런데 문제는 마산음악관 공원 안에 있던 '선구자비'였다. 가곡 '선구자'는 윤해영 작사·조두남 작곡인 작품. 윤해영이 조두남보다도 더 적극적인 친일활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비석의 적절성에 대한 지적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8일 마산시 시민위원회도 기념관 명칭 변경만 결정했지, 선구자비 철거 문제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당시 남부희 위원장은 "대체적인 의견은 그 비에 윤해영의 이름이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견해"라며 "어떻게든 비문문제는 해결되어야 하는데, 마산시장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조두남 기념관'에 대한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시민단체 '열린사회희망연대'는 당연히 비석의 철거를 주장했다. 그동안 마산시는 선구자비 처리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마산시가 문제의 비석을 스스로 철거한 것. 열린사회희망연대 김영만 의장은 "5일 우연히 마산음악관에 가보았는데 문제의 비석이 없었다"면서 "마산시가 자진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산시가 스스로 문제의 비석을 철거했다는 사실은 높이 살만하다"고 말했다.

마산시청 관계자는 "철거한 것은 사실이나 다시 그 자리에 세울 것"이라며 "선구자의 작사·작곡자의 이름과 가사가 새겨져 있었는데, 건물의 명칭을 바꾸기로 한 만큼 모두 지우기로 하고, 돌 공장으로 옮겨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비는 아무 것도 새기지 않은 상태로 다시 그 자리에 세울 계획이며, 어떤 내용을 새길 것인지는 차후에 정할 예정"이라 말했다.

<10년전 마산역 앞에 세운 또다른 '선구자비'>

한편, 마산에 또다른 '선구자비'가 있어서 이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마산역 앞 화단에는 <선구자 노래비>가 세워져있다. 마산아카데미라이온스클럽에서 10여년 전 세운 것이다. 작사자와 작곡자의 이름에다 악보까지 상세히 새겨놓았다.

마산시는 사회단체에서 세운 노래비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래비를 세운 단체에서 알아서 처리해주기를 바라는 눈치다.

이 노래비를 세웠던 관계자들은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당시 클럽 회원이면서 마산시의회 의원으로 실무를 맡았던 김종대 열린우리당 경남도지부 사무처장은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사무처장은 "그 때는 좋은 일 한다고 해서 세웠다"면서 "지난 해 논란이 일어나면서부터 회원들 간에도 의견이 나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노래비를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말했다.

노래비 건립 당시 클럽 회장이었던 남길우 전 도의원은 "'선구자'는 이전에는 마산시민들이 민주화 시위를 할 때 데모 현장에서 부를 정도 마산시민의 사랑을 받았던 노래로, 당시는 봉사단체로서 잘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세웠다"면서 "앞으로 라이온스협회에서 논의를 거쳐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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