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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이야기

대구 음악의 르네상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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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악우회’ 출범 신장내과 전문의 김현철 “대구 음악의 르네상스를 위하여”

우리나라 고전음악감상실 1호는 어딜까.
서울의 옛 ‘르네상스’ 감상실? 그보다 더 오랜 원조가 1946년 대구 향촌동에서 문 열고 지금도 화전동에서 영업 중인 ‘녹향’이다.
변훈의 가곡 ‘명태’ 노랫말이 태어난 곳.
김동리가 부산 ‘밀다원’에서 진치던 6·25 피란시절, 이중섭·최정희·양주동·박계조와 함께 대구 ‘녹향’에 파묻혀 지내던 양명문이 ‘녹향’ 다탁(茶卓)에서 써내려간 ‘명태’ 시를 변훈이 건네받아 곡조를 붙였다.
‘녹향’만이랴.
1958년 문을 연 고전음악감상실 ‘하이마트’도 대구 공평동에서 45년째 음악을 틀고 있다.
이 같은 대구 음악문화의 전통에 불을 지펴 새롭게 발전시키자며 이 지역 음악애호가들이 뭉쳤다.
대구 계명대의대 동산병원 신장내과 전문의 김현철(55·대한신장학회장)씨가 주인공.
‘르네상스음악의 즐거움’이란 단행본을 내고 효성가톨릭대학 대학원에서 르네상스음악을 강의하는 매니아다.
음악잡지와 인터넷 공간에서 중세·르네상스 옛음악(early music)의 ‘황금귀(Golden Ears)’ 비평가로 필명높다.
김씨가 이 지역 음악애호가들을 규합해 ‘대구악우회’를 8일 출범시킨다.
이날 오후 7시 아트홀 ‘하모니아’(053-254-7241)에서 서울의 음반비평가 안동림씨를 해설자로 초청, ‘음악 좀 들읍시다’라는 제목의 고전음악감상회도 곁들인다.
“대구는 음악문화의 수준이 지방에서 가장 높았고 지방 음악문화를 선도했습니다. 언제부턴가 대구는 예향(藝鄕) 명성이 빛바래고 세계적 수준의 음악공연도 제대로 접할 수 없는 불모지로 변했습니다."
김현철씨는 동료의사 몇 사람과 함께 지난 91년부터 서로 집을 돌며 음악을 감상하는 모임을 가져왔다.
연주장을 찾을 때면 “뒤풀이 때 얻어먹기 미안해서” 연주자들에게 30만~50만원씩 격려금을 모아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끼리 음악을 듣다 보니 사회공헌도 전무하고, 반세기를 넘보는 대구지역 대학생 음악동아리들이 신입생을 뽑지 못해 활동이 침체한 형편을 보고 음악애호가 모임부터 활성화하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김현철씨는 대구의 호텔 방을 빌려 음악감상회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르네상스 종교음악 감상회’, 올봄 부활절 때 ‘마태수난곡 감상회’를 열었다.
‘하이마트’에서 ‘페르골레지-스타바트 마테르(Stabat Mater) 감상회’도 이끌었다.
무거운 오디오 기기를 들고 나르며 그가 음반을 틀고 해설한 모임에 30여명씩 모였다.
호텔 방값을 치르고 팸플릿·해설지를 만드는 데 매번 100만원 안팎 지갑을 털었다.
곁에서 지켜보던 누군가 ‘혼자서 하면 힘드니 서클을 만들라’고 했다.
그래서 태어난 게 대구악우회다.
김씨가 경북대의대에 다닐 때 주도적으로 참여한 대학생 연합 음악감상 동아리 ‘유터피’와 경북대의대 동아리 ‘의향회(□響會)’, 또 다른 대학생 연합 동아리 ‘에스텔라’ 출신 대표자를 1~2명씩 모았다.
서석주(비뇨기과) 이재준(내과) 김일봉(내과) 정영철(정형외과)씨도 참여했다.
정영철씨는 ‘에스텔라’를 뒷바라지해왔고, 김일봉씨는 진료실을 문 닫고 서울로 도쿄로 연주장을 찾는 애호가다.
이재준씨는 음반정보에 해박하다.
“대구악우회는 월 1회 감상회를 하고, 연주자도 초청할 겁니다. 대구음악계를 빛낸 연주자를 후원하는 ‘올해의 음악가상’도 만들려고 합니다."
김현철씨는 “음악은 함께 들어야 한다”고 했다.
“외곬으로 혼자 들으면 음악이해에 편차가 생기게 마련이어서 여럿이 함께 듣고 느낌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는 것.
그는 ‘몬테베르디’ 책을 집필 중이고, 몬테베르디의 마드리갈 번역서도 출간을 준비 중이다.
노련한 의사가 청진기로 인체의 세부(細部)를 훑듯 한장 한장 심혈을 기울여 모아온 5000여장 레코드가 그의 음악사랑 자양이다.

[조선일보] 2003-12-08/김용운기자 proarte@chosun.com" rel="nofollow">proarte@chosun.com
3 Comments
바다 2003.12.26 10:46  
  그 분은 언젠가  Canada Rocky님이 소개해주신 그 분의 후배되신 분이시군요. 참으로 멋진 일을 하시는 분입니다.
치정미 2004.08.14 15:54  
  좋은 노래 듣고  싶어요^^  어제나 마음이 좋게제목  조은노래

힘들때 기분좋게

사랑한는 사람과  노래 듣는 것^^

행복한 날이 되는것
oom1906 2004.09.12 15:00  
  아름다운 나의 道 伴 "님 명태"를 잡으러 여기까지 왔네요.눈물겨운 ........나의 道 伴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