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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논조]음악교육 등한시하는 ''음악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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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초등 여교사가 점차 잊혀지는 민요와 가곡을 ‘자연보호물’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서를 최근 연방의회에 제출, 화제가 됐다.
이 같은 청원서 제출 소식을 전해듣고 많은 사람이 “여교사가 의표를 찔렀다”며 고개를 끄덕인 것은 과거 음악의 나라로 불린 독일이 어느새 노래를 부르지 않는 나라로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이나 초·중등학교의 교실에선 과거와 달리 어린이들의 합창 소리를 좀처럼 들을 수 없다. 음악 시간이 대폭 감축된데다 그나마 수업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음악 전문교사도 점차 줄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개탄하고 있다.
독일 내 음악 콩쿠르에선 외국인 참가자들이 상을 휩쓸고 있다. 전국 음악대학의 기악·성악 전공 학생 가운데 외국인 비율이 30%에 육박하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반영된 결과다. 독일 내 교향악단 정단원으로 활동하는 외국인도 부쩍 늘고 있다.
최근 베르델스만 문화재단이 후원한 성악 콩쿠르에 참가한 1200명중 예선을 거쳐 최종 결선에 오른 4명의 국적은 한국, 이스라엘, 중국, 러시아였다.
독일 성악가들은 최종 결선은커녕 50명이 겨루는 3차 예선에도 한명도 오르지 못했다. 음악의 나라 독일이 2차 예선 전원 탈락이란 콩쿠르 결과로 체면을 구긴 것이다.
게르하르트 모르티어 심사위원장은 “목소리에는 국경이 없다”면서 애써 자위했지만, 음악계에선 초등학교에서부터 음악이 무시되는 교육현실과 무관치 않다며 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비판론이 폭넓게 확산됐다.
실제 독일 학교에서 음악시간만큼 수업이 자주 ‘부도’를 맞는 과목도 따로 없다.
수업이 취소되는 비율이 학교별로 인문계 34%, 실업계 63%에 이르고, 헤센주에서는 10시간 중 평균 8시간이 결강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스 베슬리 독일학교음악가협회 회장은 말했다.
초등학교에선 음악교사의 18%만이 음악교육 정규과정을 거친 것으로 밝혀졌다. 베슬리 회장은 “교육대학에 음악교육 과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근본 문제는 교육제도”라고 지적했다.
초등학교를 비롯한 독일 각급 학교에서 노래가 시들하게 된 것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나치스의 파시즘 냄새를 내는 것으로 낙인찍혀 독일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부터 고전음악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음악교육이 등한시됐기 때문이다.

<벨트 암 존탁 11월2일자>
[세계일보] 2003-11-06 남정호 프랑크푸르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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