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꿈

이애리 詩/심순보 曲Ten. 김성환

망태 메고 소꼴 베러 산등성을 오르면
불어오는 골바람 흐르는 땀 식혀주네
가네 가네 나는 가네 소꼴 베러 간다네
풀숲에 핀 하얀 꽃 가만히 바라보니
읍내 사는 그 아이 뽀얀 얼굴 떠올라
콧노래가 절로 나고 가슴이 설레인다
하늘에 구름이 내 마음 알까봐
붉어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려본다

소꼴 베고 내려올 때 저 만치 원두막에
옆집 아재 홀로 앉아 날오라 부르네
참외로 배 채우고 비스듬히 누웠더니
스르르 잠이든다
읍내 사는 그 아이 노랫소리 들려오고
살며시 미소 짓는 내 모습이 얄미운가
소나기 내려와 깨어버린 그 여름날의 꿈
소나기 내려와 깨어버린 그 여름날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