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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보지도 못한 무궁화

앨범타이틀 | 제18회 서울창작합창제  (2017.9) ☞ 앨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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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보지도 못한 무궁화
최윤희 시 이민수 곡  시흥시립합창단/지휘 최인환 /피아노 김예송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고
열다섯 살 무궁화들이 저 극악무도한 왜놈들의
시퍼런 칼날 뿌리치지 못하고
손목 잡혀 끌려갈 때 우리들 어머니 찢어지는 가슴안고 쓰러졌다
만주벌판에서 동남아 곳곳에서
얼마나 많은 참혹한 발길들이 여린 꽃봉오리
짓밟고 갔든가 나라 잃은 무궁화는
얼음위에 앉아서 생리혈을 손가락에 묻혀
속살 구석에 붉은 도장을 직으며 눈물을 삼켰다
조국을 빼앗기고 몸까지 짓밟히며
흘러간 암흑의 날들을 양파껍질 벗기듯 벗기고 벗겨보아도
남은 것은 속살 구석에 찍힌 붉은 도장 뿐
가눌 수 없는 몸으로 가슴에 태극기 안고 쓰러져간 무궁화
처참하게 끌려가 짓밟힌 님들의 영혼이
하늘의 차가운 별이 되어 흐느끼고
있는데 진정한 사죄의 말 한마디 듣지 못한 채
백수를 바라보는 노인이 되어 노을진 강가에 외롭게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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