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을 들고

진동규 시/김광순 곡/무지카까메라타오페라코러스/지휘 이일규/피아노 정혜림

천지가 나의 잔이다
천지가 나의 잔이다
숨을 고르는 백두산 쿨럭 쿨럭 연기를 토하면
그러면 백두산 호랑이 발톱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어둡고 긴 동굴속 마늘 몇 쪽 쪽 몇 단으로 버티다가
끝내 참아내지 못한 더운 피
등성이를 탈것이다
짜릿하게 짜릿 갈기를 세우면
곰아 내 이쁜 반달곰아
언제든지 해치울 수 있다
그렇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목덜미 물고 나 둥그러질 호랑이다
백두산 호랑이다
매운 마늘씨 씹는다
독하고 매운 마늘씨 씹는다
살이 타는 쑥뜸 불소주잔 불소주
쑥뜸 쑥뜸 불소주잔을 든다